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6주기(23일)를 앞두고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참여정부 비망록 격인 ‘바보, 산을 옮기다’라는 책을 냈다.
인권변호사이자 재야운동가였던 노 전 대통령이 1987년 대선 이후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 장면에서 시작해 16대 대통령선거가 있던 2002년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대통령 재임 중 있었던 비사도 다수 소개돼 있다.
특히 지금은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으로 각각 다른 둥지에 몸담고 있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관련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윤태영 전 대변인에 따르면,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유시민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이해찬 총리와 언쟁을 벌여야 했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선 유 의원의 입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노 대통령과 이 총리는 “당이 간섭할 문제가 아닙니다” “감정적으로 그러지 마세요”라며 한동안 고성을 주고받았다. 노 대통령은 “어째서 총리가 생각하는 것만 옳습니까? 누가 옳은지 모릅니다. 원칙대로 가는 게 맞습니다. 발표 안 하면 내가 직접 기자실에 나갑니다”라고도 했지만 이 총리가 물러서지 않자, “그럴 거면 그만두세요”라는 말도 했다.
책에는 노 전 대통령이 재임 4년 즈음 사임을 고려했다는 이야기도 실려 있다. 노 대통령은 “전에 임기 5년이 길다고 말한 적 있지요. 그때부터 임기를 4년만 채우고 마치는 방법을 생각했습니다”라며 “4년 임기가 차는 날 즈음해서…… 사임을 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조기 레임덕에 빠졌던 노 전 대통령은 “당 때문에라도 내가 이 자리에 버티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내가 식물대통령입니다. 이제 더는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한편 윤 전 대변인은 1988년 13대 국회의원이었던 노 전 대통령과 보좌진으로 처음 연을 맺은 후, 제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노 전 대통령이 자서전 ‘여보, 나 좀 도와줘’를 펴낼 당시에는 집필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두 차례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고, 부속실장과 연설기획비서관도 지내 ‘노무현의 필사’로 불렸다. 지난해 4월엔 노 전 대통령 서거 5주기를 맞아 ‘기록’(부제 : 윤태영 비서관이 전하는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이란 제목의 책을 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