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은 소만(小滿)이다. 이미 모내기를 마친 곳이 많지만 본격적으로 논일이 시작되고 보리 베기, 잡초 제거로 바쁜 시기이다. 입하와 망종 사이인 소만은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뜻을 담고 있다. 조선 헌종 때의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에는 “사월이라 맹하 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 비온 끝에 볕이 나니 일기도 청화(淸和)하다”라고 돼 있다.
그런데 2007년에 이날을 ‘부부의 날’로 정한 뒤부터는 소만을 기억하는 사람이 더 줄어든 것 같다.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에서 이날을 고른 것이라고 한다.
부부는 어떻게 해야 되나? 살아서는 함께 늙고 죽어서는 한 무덤에 묻혀야 한다. 즉 해로동혈(偕老同穴)을 해야 한다. 해로는 시경에 나오는 말인데 패풍(邶風)의 격고(擊鼓)편, 용풍(鄘風)의 군자해로(君子偕老)편, 위풍(衛風)의 맹(氓)편에 모두 임과 함께 늙고자 한다는 뜻으로 실려 있다.
이 중에서 패풍을 인용한다. “죽든 살든 멀리 떨어져 있든 그대와의 약속 이루고자 했지. 그대의 손 잡고 백년해로하자 했는데.”[死生契闊 與子成說 執子之手 與子偕老] 싸움터를 전전하는 병사가 고향에 두고 온 아내를 생각하며 부른 노래다. 처음 아내를 맞을 때 죽든 살든 멀리 떨어져 있든 서로 잊거나 버리지 말자고 약속했던 사람이다. 이 병사는 고향에 돌아갈 날이 언제일지 생각한다. 그러나 가뭇없다. 그래서 이 다음 시에 “아 야속함이여, 우리 이 약속 펴지 못하리로다”[于蹉洵兮 不我信兮]라는 탄식이 나온다.
동혈은 시경 왕풍(王風)의 대거(大車)편에 나오는 말이다. “살아서는 집을 달리하지만 죽어서는 묘혈을 함께 하리라, 나더러 거짓말한다고 이를진댄 밝은 해를 두고 맹세하리라.”[穀則異實 死則同穴 謂予不信 有如皦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