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지정학적 특성도 우리와 유사하다. 인도차이나 반도 동부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중국, 유럽 등 강대국의 침략과 지배를 자주 받아 온 나라다. 프랑스 식민지 역사가 있어 독자적 문화 위에 프랑스 식문화도 상당히 뿌리내리고 있다. 1960년부터 남북 베트남 사이에 이른바 월남전이 벌어졌으며, 우리나라도 30만명이 넘는 군인들을 파병했다. 우리나라는 1992년 베트남과 국교를 정상화한 이래 교역규모가 해마다 늘어나고 문화, 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숙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베트남은 경제 인구의 절반이 농업에 종사할 정도로 농업이 중요한 산업이나 농업 생산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필자가 농촌진흥청장으로 재직할 당시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여러 국가에 해외농업기술센터, 즉 KOPIA(Korea Project on International Agriculture)를 설치했다. 베트남은 코피아센터가 성공을 거둔 대표적 나라다. 무, 배추, 고추 등 우수한 우리 농산물 종자와 재배기술 보급을 통해 베트남 농업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베트남 농업부 장관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최근 우리 정부가 베트남과 자유무역협정(FTA)에 공식 서명했다. 우리나라가 타결한 15번째 FTA다. 베트남은 우리나라 제9위 교역국이자 아세안 회원국 중에서는 싱가포르 다음이며 전체 수출액 기준으로 4위에 해당하는 거대 시장이다. 자동차, 화장품, 전자제품, 건설 등에서 관세 철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나, 농수산물 시장의 타격도 우려된다. 수산물이 단계적으로 관세가 철폐되고 마늘, 생강 등도 10년 내에 개방된다. 그러나 수출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은 최근 우리 농식품 수출이 급성장 중인 전략시장이다. 베트남의 지난해 농식품 수출액은 4억3500만 달러로 농식품 수출국 4위다. 4년 전인 2010년 1억5300만 달러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베트남은 농가소득과 직결되는 신선 농식품의 주요 수출시장이며 6억명이 넘는 동남아시아 시장의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베트남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식품시장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은 연간 5%의 꾸준한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수출증가율도 20%에 이른다. 특히 ‘원조 한류국가’라 할 정도로 한류 붐이 뜨겁다. 한류의 영향으로 미래 소비계층인 10대들이 한국 문화와 농식품에 관심이 높다. 9300만명이 넘는 전체 인구 중에서 30대 이하의 젊은층이 60%를 차지할 정도로 구성원이 젊다는 것 역시 베트남 시장의 매력이다. 인도차이나반도의 동부연안에 있는 수출관문으로, 인근 국가인 캄보디아, 라오스 등에 한류와 한식 붐을 전파할 수 있는 전략지역이기도 하다. 우리 농식품의 베트남 수출 물량 중 일부는 인근 국가로 재수출되고 있다.
장애요인도 있다. 베트남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 비해 소득수준이 다소 낮고 대형 유통업체보다 전통시장 유통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 수입 식품시장에서 미국, 중국, 일본, EU 등 해외 업체의 경쟁이 치열하므로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선제적 대처가 요구된다. 동남아 전략시장인 베트남 수출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기 위해 aT는 오는 29일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에 지사를 설립한다. 각종 식품 시장 정보를 수집하고 여러 바이어들과 접촉해 교역을 획기적으로 증진시켜 나갈 것이다. 동남아시아에 한류 붐에 이은 ‘한식 붐’을 일으키고, 한·베트남 교류 확대를 통한 농업과 식품산업의 동반성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