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선의 나비효과] ‘어벤져스2’ 1000만… K-무비의 또 다른 가능성

입력 2015-05-1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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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2' 메인 포스터(마블스튜디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제작 마블스튜디오, 이하 ‘어벤져스2’)이 흥행작의 바로미터인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 달 23일 개봉한 이 작품은 수년간 국내 극장가를 사로 잡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흥행 계보와 같으면서도 다른 행보를 보여 관심을 집중시킨다.

그 중심에는 ‘한국’이 있다. 서울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는 극적 설정과 스토리의 주요 골자를 이루는 닥터 조 캐릭터에 한국 배우 수현을 캐스팅한 점, 마포대교ㆍ상암동ㆍ강남역 등 국내 관객들에게 친숙한 장소에서 진행된 촬영 등 그 어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보다 ‘친한(親韓)’ 성격이 짙다.

우리 극장가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은 절대 적지 않다. 외화는 대부분 할리우드에 편승해 있고, 그 중 블록버스터 장르는 유독 선호됐다.

현재까지도 역대 박스오피스 순위에는 ‘아바타’(1330만명, 2009년) ‘인터스텔라’(1027만명, 2014년) ‘아이언맨3’(900만명, 2013년) ‘트랜스포머’(740만명, 2007년) ‘미션 임파서블3’(512만명, 2006년) 등 블록버스터 흥행작이 즐비하다. 톰 크루즈, 브래드 피트, 안젤리나 졸리, 스칼렛 요한슨 등 국내에서 오랜 기간 사랑받은 할리우드 스타 역시 대부분 블록버스터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지난해 영진위 집계 사상 최초 한 해 관객 1억명을 돌파한 할리우드의 기록도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529만명) ‘엣지 오브 투모로우’(469만명),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431만명)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396만명) 등 블록버스터의 선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란 평가다.

(마블스튜디오)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성공이 단순히 ‘그들만의 리그’였다는 점이다. 이들이 국내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천문학적 흥행 수익을 올리고, 부가가치 창출에 적지 않은 효과를 거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영화계 나아가, 한국영화에 미치는 직접적 효과는 미비했다.

수입 배급과 투자에 있어 간접 이익은 가져다줄지 몰라도, 이를 바탕으로 더 좋은 영화 환경을 만들고 나아가 한국영화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는 것.

이런 상황 속에서 ‘어벤져스2’의 흥행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우리 영화계의 유기적 연결을 가능케 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측한 2조원의 홍보 효과가 창출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의문을 제기하지만, ‘어벤져스2’에 접목된 한국 문화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병헌, 배두나 등 우리 배우의 할리우드 영화 출연은 더는 낯설지 않은 것처럼 서울이 할리우드 영화의 주 배경이 되는 것도 이제 시작점에 있다.

▲지난해 4월, '어벤져스2' 촬영을 위해 통제된 마포대교(최유진 기자 strongman55@)

북미를 제외한 전 세계 44개국에서 개봉한 ‘어벤져스2’는 개봉 첫 주에만 344만 이상 관객을 돌파하며 약 2820만 달러(약 302억원)의 수익을 거뒀고, 한국은 44개국 나라 중 10%에 해당하는 수익을 거두며 영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유럽 지역을 제치고 전 세계 국가 중 흥행수익 1위를 차지했다.

미국 박스오피스 모조는 “영화의 많은 부분을 대한민국에서 촬영했으며, 영화 개봉 전 성공적인 월드투어를 통해 이 같은 흥행 기록을 세운 것”으로 분석했다. 사상 최다 제작비인 2억5000만 달러(약 2117억원)를 투입한 마블 입장에서는 제작 단계부터 개봉 후까지 보여준 한국 시장의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다.

문화산업 측면에서 한류는 중요한 경쟁력이다. K-무비(MOVIE)는 드라마와 가요에 이어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당장의 이득은 차치하더라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흥행에 ‘우리의 것’이 한몫했다는 점은 역사적 의의를 갖기에 충분하다.

한 해 2억명의 관객을 확보한 우리 영화 산업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시장이다. ‘어벤져스2’의 흥행 속에 자리 잡은 서울 촬영이라는 일련의 과정들이 작은 날갯짓이 되어 우리 시장이 세계 영화 시장의 주 무대가 될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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