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1박2일’ 촬영지라고? 나이든 시청자들은 의아해 할 수 있다. 5월 17일 방송된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은 서울대학교에서 배움을 체험하는 ‘서울대 가다’ 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서울대생이 몰리고 차질 없이 ‘1박2일’ 서울대 촬영이 진행되는 모습이 TV화면을 수놓았다. 차태현 김주혁 등 ‘1박2일’ 멤버들은 서울대 캠퍼스에서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이 안방까지 전달됐다.
‘1박2일’ 멤버들이 환영받으며 서울대 촬영하는 모습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1996년이었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서울대에서 녹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대 내에서 큰 논란이 됐다. 바로 서울대가 개교 5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1996년 10월2일 유치하려는 ‘KBS 열린음악회’를 놓고 교수들 사이에 찬반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서울대학 본부는 개교 50주년 행사는 단순한 교내 행사보다는 국민의 축제가 돼야 한다는 취지아래 최근 국민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열린 음악회’ 서울대 캠퍼스 개최를 추진했다. 하지만 일부 음대교수들이 “학문의 전당이어야 할 서울대 캠퍼스에 트로트 등 대중음악이 울려퍼지면 학문 분위기가 흐려진다”며 프로그램 녹화자체를 반대했다. 일부 음대교수들은 “만약 대학본부측이 ‘열린 음악회’를 유치하겠다면 대중가요 위주의 현행 편성방식을 바꿔 클래식음악의 비중이 절반이 넘도록 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들고 나왔다. KBS 예능국 PD들은 “프로그램 구성은 전적으로 담당 PD의 몫이다. 프로그램 내용이 적합하지 않다면 유치하지 않으면 그만이다”라고 대응했다.
일부 서울대 음대 교수들의 ‘열린 음악회’ 서울대 녹화 반대는 대중문화와 연예인에 대한 지식인들의 인식을 일정정도 드러낸 사건이었다. ‘1박 2일’의 서울대 촬영을 보면서 그리고 서울대생들이 ‘1박2일’ 멤버들에게 환호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와 대학의 대중문화 그리고 연예인에 대한 생각들이 많이 변했음을 절감한다.
요즘 서울대생과 젊은 시청자들에게 1996년 ‘열린 음악회’ 서울대 녹화 찬반 논란을 이야기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참 궁금하다. 그리고 서울대를 활보하며 KBS 제작진이 촬영을 하게 된 2015년에도 대중문화와 연예인을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지식과 대중이 적지 않다. 이들은 '1박2일' 서울대 촬영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까. 참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