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힐 듯 조여오는 건 극 전개뿐만이 아니다. 손현주, 그의 연기 자체다. 스릴러 영화로는 두 번째로 출연한 ‘악의 연대기’와 그의 만남은 철저한 고독의 끝에서 완성됐다. 14일 개봉한 영화 ‘악의 연대기’에서 최창식 반장 역을 소화한 배우 손현주를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했다.
“이렇게 정신적 에너지를 소비한 건 처음이 아닐까 생각 듭니다.”
극중 최창식 반장은 특진을 앞둔 형사다. 창창한 미래를 그리던 순간, 목숨을 위협받는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 선택은 또 다른 죄악을 불러일으킨다.
“‘악의 연대기’에는 화려한 액션이 들어가지 않았지요. 시나리오를 재밌게 본 이유는 인물 간의 선과 악이 여타 영화와 달리, 명확하지 않다는 점 때문입니다. ‘누가 선이고, 악이야?’ 그래서 펼쳐보고 싶었습니다.”
극은 인물 내면의 초점을 맞춰 긴장감 높게 전개된다. 이를 연기한 손현주는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음을 토로한다.
“카메라가 앵글을 잡아서 떨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샷에 가깝게 따라오니까요. 속으로 ‘카메라가 좀 멀리 떨어져줬으면 좋겠다’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죄를 짓고 이를 숨기는 형사의 내면 심리가 밀접하게 포착돼 고스란히 관객에 전달된다. 이를 예리한 눈빛과 표정, 동작으로 구현해내는 손현주의 연기가 빛을 발해 안성맞춤이다. 평범한 얼굴이라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낯으로 연기자 손현주는 시시때때로 변화한다.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눈빛마저 스크린을 압도한다.
“최창식이란 인물이 대사가 많은 것도 아녜요. 여러 가지 표정도 많은 신경을 써야 했는데, 심리가 잘 전달돼야 했지요. 그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이는 그만의 깊은 캐릭터 해석력을 밑바탕으로 한다. 그는 “최창식 반장은 과거에서 시작된 일에 대해 알지 못한 채 극을 쫓아간다. 실제 부산에서 진행된 세트 촬영 역시 대부분 영화의 순서대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마동석 등과도 친하게 어울렸지만, 점차 유배생활과 다름없이 지냈다”고 털어놨다.
“도 닦는다는 심정이었습니다. 혼자 숙소로 돌아와 라벤더 향초를 켜놓고 반신욕하며 ‘오늘 촬영을 잘 찍었나’라고 돌이켰지요.
-손현주 “내가 과연 ‘악의 연대기’ 최창식 반장이었다면?” [스타인터뷰②]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