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포기하게 만드는 부동산 대책 문제 많아

입력 2015-05-12 09:05 수정 2015-05-1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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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에 사는 최모(35ㆍ여)씨는 얼마 전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를 월세로 돌리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간 집 없는 설움을 겪었던 터라 차라리 전세난을 피해 이번 기회에 내 집 마련을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된 최 씨 부부는 회사 근처 아파트 시세를 알아보니 10년 동안 남편의 월급을 모조리 저금해야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최 씨는 첫째 아이를 생각해 아이를 한 명 더 낳고 싶지만 둘째와 내집 마련 중에서 집을 선택하고 둘째 출산을 포기했다.

최 씨는 “첫째는 부모님이 키워주셨는데 둘째는 아주머니를 쓰거나 일을 그만둬야 한다”면서 “아이의 양육비를 고려하면 둘째보다 우리의 삶을 선택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아파트를 사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씨는 “한국에서 내집 마련하려면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씁쓸해졌다”면서 “정부가 집값 방어하겠다고 미래를 버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한국이 저출산ㆍ고령화로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겉돌고 있다.

정부는 저출산 대책으로 ‘만혼(晩婚)’과‘셋째아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정작 한 자녀 부모가 둘째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30년간 출산 추이를 보면 첫째아이가 차지하는 비율이 51% 내외로, 둘째아이 또는 그 이상의 출산이 차지하는 비율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실제 여러 통계지표는 첫째 아이 출산이 다음 출산으로 이어지는 것이 단절되거나 더디게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아이 한 명을 둔 부모 68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35.8%가 둘째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답했고, 그 이유로는 “돈이 많이 들어서”를 꼽았다. 이어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들어서”라는 응답이 30.2%로 나타났다.

‘어떤 지원을 해주면 둘째를 낳겠냐’는 질문에도 40.4%가 “국가에서 양육수당을 늘려주면 낳겠다”고 답해 둘째 출산을 결정하는 데 경제적인 요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지역의 연소득 대비 구입주택 가격비(PIR)는 9.2로 집계됐다. 서울에서 중산층이 ‘내 집 마련’을 하려면 9년치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신혼부부 보금자리주택 특별공급 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신혼부부를 위한 특별공급대상 주택에만 물량이 집중돼 있고 현실적으로 수요가 높은 한자녀 부모나 맞벌이의 경우 제도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추진해 오고 있지만 정부의 노력에도 초저출산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어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오는 9월 저출산 기본 계획을 발표하려고 둘째, 셋째를 낳을 때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끼치는 요인에 대해 검토 중이다. 하지만 둘째 아이 출산 지원 대책은 효과에 비해 예산이 너무 과도하게 투입된다는 입장이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짧은 간격으로 자녀를 출산한 경우 자녀 양육비가 집중적으로 소요돼 경제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기 때문에 연속적으로 두 자녀 이상을 출산하는 경우에는 지원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프랑스가 적극적인 복지 정책으로 26년만에 합계출산율이 2.5까지 올라갔다. 부부가 결혼하면 최소 집을 하나씩 국가가 제공하는 정책이 만들어낸 성과”라며 “국가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저출산을 벗어나기 요원하다.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그 부담은 20~30년 후세대들이 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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