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 열리는 기획재정부 춘계 체육대회의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지난해 기재부가 ‘세월호 참사’ 이후 체육대회를 가을로 연기했지만 명랑운동회 수준에 그쳤기 때문에, 실ㆍ국별로 자존심 회복을 단단히 벼르는 모습이다.
체육대회는 장관 이하 모든 직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화합의 장으로 기재부 내 가장 중요한 행사다. 축구, 배구, 농구, 줄다리기, 피구, 릴레이 등 6개 종목에서 우승팀을 가리는데 종목별 승패에 따라 각 실ㆍ국을 책임지는 1급 간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정도라고 한다. 어떤 부서에서는 줄다리기 우승을 위해 직원들 몸무게를 늘리라고 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 후보팀으로 꼽히는 곳은 세제실이다. ‘축구 마니아’로 잘 알려진 문창용 세제실장이 이끄는 세제실은 축구 우승컵을 놓쳐 본 적이 거의 없는 전통의 강호다.
올해 연말정산 논란이 불거진 후 문 실장은 축구를 통해 스트레스를 털어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연말정산 논란으로 세제실의 업무량이 많고 야근이 이어졌던 만큼 체력이 약해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은보 차관보가 이끄는 정책라인(경제정책국, 정책조정국, 미래국)은 ‘꼴찌들의 반란’으로 이번 대회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정책라인은 과거 경제기획원이 전신인데 이곳에는 체육대회 전통 대신 주로 등산 문화만 있었다. 그러다 보니 조직 통합 이후 다른 실ㆍ국이 체육대회 2개월 전부터 맹연습에 돌입할 때도 강 건너 불 보듯 했다. 시합에서 져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재작년부터 최약체팀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주변의 인식을 바꿔놓았다. 농구를 잘하는 30대 젊은 사무관들이 들어온 이후 농구에서 발군의 경기력으로 우승을 거머쥐었고, 배구와 줄다리기, 릴레이에서도 첫 우승을 차지했다. “우리도 하면 된다”는 생각이 단단한 응집력으로 이어진 것이다. 차관보팀은 재작년 대회에서 얻은 귀중한 우승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역시 약체팀으로 거론되는 본부도 올해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체육대회를 위해 업무 이후 연습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최경환 부총리의 깜짝 선물이다. 지난해 체육대회 때는 최경환 부총리가 직원 1000명에게 지역구 특산물인 경북 경산의 대추를 선물한 것이 크게 회자했다. 경산 대추 한 박스의 단가는 2만원이 조금 넘는데, 사비를 털어 체육대회 때 깜작 선물을 한 것이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산적한 경제 현안을 다루는 데다 최근 국정 전반을 챙기는 국무총리 직무대행까지 맡은 최 부총리는 바쁜 일정으로 아직 어떤 선물을 할지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번 직원들 반응이 좋았던 경산 대추는 시설하우스 재배를 하지 않아 가을에만 수확하기 때문에 봄에 이것을 다시 선물할 수는 없다고 한다. 때문에 최경환 부총리의 깜짝 선물에 관심이 쏠린다.
기재부 고위 공무원은 “간부들이 나서서 격려하니 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지고 단합도 더 잘되는 것 같다”면서 “세종시로 청사가 이전하면서 직원들끼리 뭉치는 끈끈한 문화가 많이 사라졌는데 체육대회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