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그때 그시절] 김용복 NH농협생명 사장, 책 읽으며 절망 딛고 희망 키웠다

입력 2015-05-0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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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돌아가신 부모님 빈자리 커… 슬픔 잊자 밤마다 ‘독서삼매경’

1955년생인 김용복 NH농협생명 사장은 전남 순천 출신으로 전형적인 베이비부머다. 김 사장의 초등학교(당시에는 국민학교) 시절은 한 반에 75명, 10개 반이나 돼 한 학년이 750명에 달했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워 꽁보리밥·옥수수 죽이 일상이었던 시대다.

김 사장은 그때를 회상하며 “그때는 못 먹었지만, 불만은 덜했다”고 말한다. 모두가 못 살았기 때문에 빈부 격차에 따른 갈등이 크지 않았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라는 것을 그때 경험에서 배웠다”라고 김 사장은 말한다.

김 사장의 어린 시절은 동산에서 삐삐(풀피리)를 뽑아먹고, 찌그러진 통조림통 가지고 깡통 차기를 하며 놀았다. 말뚝 박기와 자치기를 하는 등 동네 전부가 그의 놀이터였다.

김 사장의 초등학교 때만 해도 먹을 것이 부족했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군부대에서 제공하는 우유 가루로 배를 달랬다고 한다. 요즘 나오는 분유가 아닌 돌덩어리 같은 우유 가루다.

그는 “학교 운동장에서 배급을 받아 덩어리를 깨서 물에 타 먹었다”며 “옥수수죽에 케첩 같은 것을 넣어 만든 것이 그때는 참 맛있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는 중학교에 들어서면서 인생에서 가장 아픈 경험을 겪어야 했다. 그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11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유독 어머니의 귀여움을 많이 받은 터라 슬픔이 더 컸다.

그때 김 사장이 슬픔을 잊기 위해 몰두한 것은 책이다. 특히 그는 깨알 같은 글씨가 쓰여 있는 세계문학 100대 전집을 탐독했다.

그는 “중학생 때 밤새 책을 읽었다. 어머니가 없어 외로움을 느낄 때마다 책을 통해 사색하게 되고 ‘내가 왜 존재하는가? 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며 “문학전집이나 소설책의 경우 결말이 나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를 읽고 삶이 아름답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책이 일종의 삶의 원동력이 된 셈이다”라고 말했다.

김 사장의 현재 키는 초등학교 6학년 때와 똑같다. 초등학생 때는 큰 키여서 출석번호 30번대였지만, 고등학교 졸업할 때는 3번대에 불과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 작은 키 때문에 늘 앞에만 앉아 공부만 했다. 하지만 어릴 때 들로 산으로 다닌 것과 중학교 때 배운 배드민턴, 탁구를 계속한 것이 그의 강인한 체력의 원동력이 됐다.

그는 정보 주특기로 군대 생활을 하게 됐다. 그가 상병 때는 위병소 임무교대를 하다가 후임의 장난으로 죽을 뻔 한 적이 있었다. 후임이 장난으로 자신에게 총을 겨눴고, 빈총인 줄 알고 격발했는데 총알이 날아갔기 때문이다.

그는 “후임이 총을 쐈을 때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대를 제대한 김 사장은 절에서 하숙하며 고시공부를 했다. 1980년대에도 전기가 안 들어와 촛불을 켜놓고 공부해야 했던 오지의 절이었다.

그는 “결국에는 고통이 있으니깐 즐거움이 있는 거다. 살면서 행복과 고통 어느 것이 더 많겠느냐. 삶의 그런 경험들이 지금의 단단한 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순천고, 전남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2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농협중앙회 개인고객본부 겸 기업고객본부 본부장, NH농협은행 여신심사본부 본부장, 우리아비바생명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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