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9일(현지시간) 역사적인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과거사 관련 미국에만 사과를 표시하고 위안부 문제 등 한국을 포함한 이웃국에 가했던 침략행위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사죄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미국 하원 본회의장에서 열린 일본 총리 최초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우리는 전쟁(2차 세계대전)에 대한 ‘통절한 반성’을 새기고 전후를 시작했다”며 “우리의 행위가 아시아 국가 모든 국민에게 고통을 준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되며 이런 점에 대한 생각은 역대 총리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전후 50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발표한 담화에 포함된 ‘통절한 반성’이라는 표현을 답습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에 대해서는 확실한 사죄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진주만과 바탄섬, 산호해 등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일본의 격전지를 언급하면서 “일본과 일본 국민을 대신해 전쟁에서 전사한 미국의 젊은이들에게 영원한 애도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미일 양국은 치열한 싸움을 벌였던 원수에서 마음의 유대를 잇는 친구가 됐다”며 “양국 국민에 의한 화해의 노력을 귀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중국이나 한국이 주목한 무라야마 담화에 담긴 ‘침략’과 ‘사과’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회피로 일관했다. 그는 “무력분쟁은 늘 여성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든다”며 “우리 시대에 여성이 인권 학대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실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루뭉술한 표현을 써서 위안부 문제에 일본이 직접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이날 연설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베 총리가 일본군과 맞서 싸운 나라의 군사적 손실에 대해서는 후회와 사과를 표시하면서도 일본의 행위에 대해서는 비판과 사죄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답습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8월 예정된 전후 70주년 담화에 대해서도 논란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