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따라가 다 그렇지 뭐!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5-04-30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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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 이효리, 장동민(사진=뉴시스, SBS 방송화면 캡처, 신태현 기자 holjjak@)

최고령 현역 MC로 방송사를 새로 쓰고 있는 KBS ‘전국노래자랑’ 진행자, 송해. 27일은 그의 89번째 생일이었다. 하나의 책이 출간됐다. 바로 단국대 오민석 교수가 쓴 송해 평전이다. 책 제목은 바로 ‘나는 딴따라다’.

하루 뒤인 28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호텔. 늦은 시간에 100여 명의 기자들이 몰렸다. 장동민 유세윤 유상무 등 개그맨 3명이 지난해 팟캐스트에서 여성을 비하하고 삼풍백화점 생존자에 대해 모독에 가까운 발언으로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가진 기자회견이었다. “죄송하다”는 말만 나열할 뿐 방송하차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자 기자회견 직후 비난이 더욱 증폭됐다. 수많은 댓글 중의 상당수가 “딴따라가 다 그렇지 뭐” “딴따라 하는 짓은 뻔하지”라는 반응이었다.

1955년 악극단 ‘창공’ 활동을 시작으로 60년 동안 대중의 곁을 지키며 연예인으로 살아온 송해는 ‘딴따라’를 자긍심의 용어로 여긴다. 그래서 자신의 평전의 제목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송해가 자부심을 느끼는 ‘딴따라’라는 용어를 일부 대중은 연예인을 질타하거나 혹은 비하, 무시, 비난의 언어로 사용한다. 문제를 일으킨 장동민에 대해 비난을 쏟아내며 구사한 것처럼 말이다.

장동민의 대척점에 선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언행을 보이는 연예인에게도 마찬가지다. 환경보호를 강조하는 김혜수, 투표를 장려하는 김제동, 유기견 보호에 앞장선 이효리, 장애인‧ 고아 등 소외 계층에 사랑 나눔을 실천하는 문근영 차인표, 노동자 권리에 대해 발언 하는 김여진 등에 대해 “딴따라 주제에 뭘 안다고”는 편견에 가득 찬 힐난까지 쏟아진다.

‘한류는 5000년 한국 역사에서 가장 큰 문화적 사건’ 이라는 표현이 단적으로 적시하듯 대중문화와 그 주역, 연예인에 대한 인식과 위상은 크게 변했다. 연예인은 청소년이 가장 많이 선망하는 직업 1순위이고 스타는 대중의 세계관과 가치관, 라이프스타일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문화적 가치와 엄청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주역이 바로 연예인이다.

미디어학자 아더 아사버거(Arther Asa Berger)는 연예인 스타들은 사람들에게 모방할 모델을 제공하고 사람들이 정체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스타’의 저자 에드가 모랭(Edgar Morin)은 “연예인 스타는 지식 제공자일 뿐만 아니라 인격 형성자이며 대중을 선도하는 자”라고 했으며 영화비평가 파커 타일러(Parker Tyler)는 “연예인과 스타는 현대의 종교에 의해 채워지지 않는 욕망까지 충족시켜준다”고 까지 의미 부여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딴따라’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 우리사회에선 대중문화와 연예인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인식이 엄존하고 있다. 대중문화는 수준 낮은 저급한 문화이고 사회취향수준을 추락시키는 문화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또 한편에서는 현실도피를 조장하고 비판의식을 마비시키며 자본가 등 지배계층의 이데올로기를 유포시키는 것이 대중문화라는 비판적 시각도 자리한다. 대중문화의 주역, 연예인에 대한 시선 역시 그 연장 선상이다. 여기에 유교적 분위기, 언론의 연예인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 직업에 대한 편견까지 가세해 “딴따라 주제에 뭘 안다고” “딴따라가 그렇지 뭐” 라는 말들이 아무렇지 않게 사용되고 있다.

“연예인이 세종문화회관 공연하기 정말 힘들어요. 왜 그래야 하나요. 서민과 대중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연예인들이 세종문화회관에 서면 안 되는 건가요.” 생전에 코미디언 이주일이 자주 한 말이다. 이주일 뿐만 아니다. 요즘에도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이 비슷한 언급을 한다. 연예인에 대한 부당한 인식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딴따라’라는 말이 참 좋아. 사람들에게 웃음과 즐거움, 감동을 주잖아. 그리고 대중의 사랑으로 많은 것을 누리잖아. 얼마나 좋아. 그래서 딴따라는 자신보다, 출연자를, 시청자를 먼저 생각해야 해.” 송해의 존재의미이자 자부심의 용어인 ‘딴따라’를 더 이상 연예인의 비하와 무시의 등가물로 인식하지 말자.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삶을 보다 행복하고 윤택하게 해주는 대중문화와 연예인 문화를 진화시키는 첫걸음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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