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사진>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금호산업 매각이 사실상 유찰되면서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채권단이 박 회장과 직접 가격협상을 벌여 일종의 수의계약 형태로 매각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경우 박 회장과 채권단 간의 공정성 문제와 특혜 시비 논란이 예상되지만, 금호산업이 다시 박 회장의 품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채권단이 호반건설이 제시한 6007억원의 인수가격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박 회장 입장에선 큰돈을 들이지 않고 금호산업을 되찾아 올 가능성이 열렸다. 그러나 앞서 박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에 속도를 내면서 다른 재벌 오너와 달리 채권단과 특혜 논란이 일었던 터라, 이 역시 여론을 어떻게 잠재울지가 관건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28일 금호산업 매각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지 않은 것은 6007억원의 응찰 가격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적어도 7000억원 이상의 인수가격을 기대했다.
이에 채권단 내부에서는 사실상 매각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간 만큼 시점을 조율하며 박 회장과의 수의계약으로 매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진행된 채권 금융기관 운영위원회 회의에도 우선 회계법인 실사를 거쳐 금호산업의 적정 기업가치를 다시 산정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는 채권단이 박 회장에게 재산정된 인수 가격을 제시해 금호산업을 인수할 의사가 있는지를 타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재입찰을 추진할 수 있지만 채권단 입장에서도 적잖은 부담을 안게 된다. 재입찰에 부칠 경우 추가적으로 사모펀드와 대기업이 응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번 매각 과정에서 보듯 선뜻 입찰에 나설 후보군이 마땅치 않다. 채권단 관계자는 “재입찰 과정에서 참여할 대기업 후보군이 마땅치 않아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박 회장과의 수의계약 형태의 매각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박 회장 입장에서는 일단 산은과의 협상 과정에서 시간을 벌게 돼 자금 마련이 한층 수월해진다. 또 한때 1조원까지 전망됐던 인수가격도 협상 과정에서 적정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박 회장의 자금조달 계획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은 없다. 그러나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데 상당수의 우군(友軍)을 확보했다는 게 핵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