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재정환율이 23일 장중 100엔당 900원선을 하회한 것은 전반적인 달러 약세 분위기 속에서 원화 강세 속도가 엔화보다 3배 이상 빨랐기 때문이다. 최근 원화 강세 속도는 아시아 주요 신흥국 중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도한 변동성을 일정 부분 완화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최근 한달여간(3월16일 종가 대비) 원·달러 환율의 하락폭(한국 시장 종가 기준)은 일본 엔화와 홍콩 달러, 인도네시아 루피아, 말레이시아 링깃, 필리핀 페소, 싱가포르 달러, 태국 바트, 대만 달러, 인도 루피 등 아시아 요 10개국 통화 중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월 16일 1131.50원을 기록한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 22일에는 1079,60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한달여 기간 원화 가치가 달러 대비 4.6% 절상됐음을 의미한다.
원화 가치가 이처럼 급격히 강세를 보인 것은 전 세계적인 달러 약세 여파다. 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의장이 지난달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 입장을 내자 미국 금리 인상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졌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달러를 내다 팔면서 생긴 현상이다.
문제는 달러 대비 원화 강세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점이다. 3월16일 종가와 대비해볼 때 달러 대비 엔화 가치 상승폭은 1.3%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원화 절상폭인 4.6%의 ⅓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본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이 전 세계적인 달러 약세에 따른 엔화 강세 속도를 늦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화의 달러 대비 절상폭이 엔화보다 훨씬 가파르다 보니 엔화에 대비한 원화 가치가 올라가면서 원·엔 재정환율이 900원 밑으로 내려가 버린 것이다.
같은 기간 아시아 주요 10개국 중 원화를 제외하고 달러 대비 가장 큰 폭으로 절상된 통화는 싱가포르 달러로 3.2%다. 달러 대비 절상폭으로 따지자면 한국의 ⅔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인도네시아 루피아와 말레이시아 링깃화의 달러 대비 절상폭은 2.5% 수준이었고 태국 바트나 대만 달러는 절상폭이 1%대에 머물렀다. 홍콩 달러와 필리핀 페소, 인도 루피는 절상폭이 0%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