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의 수익률 조작 의혹에 대해 대법원의 '집단소송 허용' 판결을 내놨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ELS 가운데 종목형 상품에 대한 반감을 우려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전날 대법원은 'ELS 수익률 조작의혹'관련 집단소송 허가 판결을 냈다. 이번 판결로 인해 ELS 시장은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전날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양모(60)씨 등 2명이 한화증권과 로얄뱅크오브캐나다(RBC)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허가해달라'며 신청한 사건에서 '소송 불허'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양씨 등은 2008년 4월 한화증권 '한화스마트 ELS 제10호'에 투자했다. 1년 만기 후 'SK 보통주'가 기준가격의 75%(당시 주당 11만9625원) 아래로 내려가 있지 않으면 22%의 수익을 거두는 조건이었다.
반면 SK보통주는 만기상환 기준일인 이듬해 4월 22일 75% 기준에 못 미친 11만9000원을 기록했다. 기준일 장 마감 10분 전부터 SK 보통주 매물이 대거 쏟아졌고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결국 양씨를 포함한 투자자들은 25.4%의 손실을 떠안았다.
당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상품을 실질적으로 운용한 RBC가 이날 의도적으로 SK 보통주 물량을 대거 매도해 투자자의 수익을 무산시켰다는 풍문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 '수익률 조작 의혹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후 양씨 등이 집단소송 허가 신청을 낸 것이다.
증권 관련 집단소송은 허위공시, 시세조종 등 불법행위로 소액투자자가 피해를 봤을 때 이들을 구제하는 제도다. 법원의 허락을 얻어 소송을 진행하고 이후 판결이 나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에까지 모두 효력을 미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인해 위험도가 크고 조작의혹이 불거진 '종목형 ELS'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지수형 ELS' 발행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LS는 크게 종목형과 지수형으로 나뉜다. 종목형은 특정 주식종목의 주가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지수형는 종목이 아닌 전체 주가지수의 등락에 따라 수익이 달라진다.
최근 파생상품시장은 2008년 리먼쇼크 이후 종목형 ELS보다 지수형 ELS 발행이 많아지고 있다. 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지수는 △코스피200을 중심으로 △홍콩 항생지수 △유로스탁500 등이다.
이날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리먼쇼크 시절인 2008년 4월 종목형 ELS와 지수형 ELS 발행 건수(공모기준)는 각각 8건과 18건이었다. 원금비보장형의 경우 75건과 51건 수준이었다.
반면 올들어 4월 한달간 발행된 종목형과 지수형 ELS 비율은 각각 10건과 97건이었다. 원금 비보장형은 10건과 472건으로 큰 폭으로 차이를 벌렸다. 전체 ELS 시장이 커졌지만 종목형은 정체됐고 지수형 ELS만 큰 폭으로 증가한 셈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최근 ELS에 관심이 많아졌지만 자칫 이번 판결로 인해 사실상 조작이 불가능한 '지수형 ELS'까지 조작 오해를 받을 수 있을까 우려된다"며 "이미 수년 전부터 종목형보다 지수형 ELS에 사실상 발행이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증권 법무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한화증권은)판매사로 참여해 시세조종에 관여한 사실 없어 위법 행위 없고 배상 책임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