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항소심 공판을 앞둔 17일 오후 2시께 서울 서초동 법원삼거리에 나선 50대 여성 동양사태 피해자는 이같이 호소했다.
동양피해자대책협의회소속 피해자 40여명은 이날 '공정한 재판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는 권력과 재벌의 금융자본에서 독립돼 사법부의 정의가 살아있음을 이번에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50대 주부 서모씨는 "남편 장애연금을 다 쏟아부어서 이 사단이 났다"며 "소송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민사소송은) 엄두도 못냈다"고 전했다. 옆에 서 있던 주부 송모씨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일급을 포기하고 여기에 왔다"고 말하는 목소리에도 절박함이 묻어났다. 이날 아침 일찍부터 현 회장의 공판을 방청하기 위해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이모씨는 지금 심정을 묻는 질문에 "동양그룹 사태로 돈을 잃었다"고 말하다 목이 메여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4만여명의 동양그룹사태 피해자들은 평범한 개미 투자자들이 대다수다. 이날 기자회견을 위해 모인 피해자들도 50~60대 중년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피해자들은 "동양사태로 인해 대한민국 재벌들의 금융범죄가 단죄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재판장 최재형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현 회장에 대해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