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개봉한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 ‘화장’은 2004년 제28회 이상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젊은 여자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생과 사를 하나로 표현한 이 영화의 예술성은 원작 소설에 기인한다. 극이 표방한 오정식(안성기) 상무의 내적 갈등은 이미 원작 소설에서 잘 표현돼 있다. 원작의 의도도 잘 살리고 대중성을 보완해 보다 파급력 높은 작품이 탄생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강우석 감독의 영화 ‘이끼’는 윤태호 작가의 인기 웹툰 ‘이끼’를 영화화해 흥행에 성공했다. 정재영, 박해일이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누적 관객 수 335만명을 돌파하며 그해 박스오피스 순위 TOP7에 이름을 올렸다.
요즘 영화의 주요한 원작은 웹툰과 소설이다. 김수현 주연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주원이 출연한 영화 ‘패션왕’, 이순재의 감동 스토리 ‘그대를 사랑합니다’, 유지태 주연의 ‘순정만화’는 모두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화장’을 비롯해 김희애의 ‘우아한 거짓말’, 김혜자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하정우의 ‘허삼관’, 박해일의 ‘은교’, 김명민의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등은 모두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가운데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성공한 할리우드 작품도 다수다. 가장 최근작인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비롯해 ‘다이버전트’, 톰 크루즈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 한동안 벅스오피스 1위 돌풍을 일으킨 ‘나를 찾아줘’, ‘헝거게임’ 시리즈, ‘레미제라블’, ‘캐리비안의 해적’, ‘해리포터’ 시리즈, ‘반지의 제왕’ 시리즈 등 걸작들이 즐비하다.
앞으로 관객과 만날 원작을 활용한 영화도 있다. 지난 1월 본격 제작에 돌입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배우 하정우와 김민희가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영국 작가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것인데 소매치기 집단에서 자란 소녀가 소매치기 우두머리와 귀족 상속녀를 결혼시키기 위해 상속녀에게 접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아가씨’는 1930년대 한국과 일본을 배경으로 각색됐다. 또한 원빈의 차기작으로 주목받고 있는 영화 ‘신과 함께’는 웹툰 원작을 활용한 것이다. 주호민 작가의 인기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주인공이 죽은 뒤 저승에서 49일간 재판을 받는 과정을 담았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원작의 영화화가 가진 역사는 상당하다. 텍스트 미디어에서 영상 미디어로 변모하는 과정은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가장 큰 장점을 가진다. 반면 텍스트 미디어가 가진 상상력의 저해로 인한 실망감도 간간이 표출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