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마냥 잔치를 즐길 상황은 아니다. 기업의 실적은 꾸준히 좋아질 수 있는 여건인가? 달리 말하자면,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소비해줄 여력은 충분한가? 국내시장에서 팔리지 않는다면 해외수출은 마냥 늘어날 수 있는가? 그래서 기업의 수익이 나아질 수 있을까? 그래서 주가가 경기 선행지표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는 있을까?
다시 되돌아가서 던지고 싶은 질문은 ‘내수는 어떻게 될 것인가’다.
아쉽게도 필자가 가진 지식으로는 정부가 내수활성화에 대한 대책을 내놓은 바 없다. 증시 전문가들도 이 부분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내수 진작 대책이 없는 한 증시는 명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기업들이다. 국내 시장에서 잘 나가서 주가가 올라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유동성 잔치 이후가 걱정되는 이유다.
내수에 관한 한 아무런 대책도 없는 정부가 그나마 관심을 가진 분야가 있다. 바로 서비스산업 활성화다. 비록 그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은 것은 별로 없지만 무슨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외쳤던 정부가 이에 역행하는 정책을 내놨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가 권고한 이른바 ‘반값 복비’가 그것이다.
‘반값 복비’는 언뜻 보기엔 굉장히 좋은 것 같다. 내 지갑에서 지출하는 돈이 줄어드는 건 분명할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일까? 유권자들의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에게 인기가 좋다. 국토교통부가 ‘반값 복비’를 권고하자 경기도의회와 인천시의회, 강원도의회에 이어 서울시의회도 동참하고 나섰다.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듯하다.
소비자임을 자처하는 유권자들도 마냥 좋아하는 분위기다.
과연 그러한가? 복비뿐만 아니라 사방에 널린 ‘반값’에 우리는 행복한가? 택배비는 얼마나 싼가? 음식점 배달은 또 얼마나 헐값에 제공받고 있는가? 대리운전은 또 어떤가? 각종 TV프로그램에 나오는 대박집은 또 왜 그리 음식값이 싼가?
우리는 타인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 값을 지불하고 이용하고 있는 것일까?
오늘날 우리는 서로에게 서비스를 사고 팔고 있다. 내가 당신에게, 당신은 나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공받고 있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각자가 흘린 땀과 눈물의 대가를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 나의 서비스를 제외한 타인의 서비스는 헐값을 지불하려 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우리의 몸값은 해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그렇게 서로의 노동력을 싸구려 취급하면서 우리는 갈수록 빈곤해지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착취하는 거대한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택배배달원의 땀을 훔치는 자는 누구일까? 음식배달원들의 눈물을 거저먹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나의 땀과 눈물은 또 누가 훔쳐가고 있을까?
복비가 반값이 되는 순간, 부동산 중개업으로 먹고 살던 사람들의 수입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미 부동산 중개업의 불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상황에서 말이다. 누군가는 중개업을 접게 될 것이다. 실업자가 되는 것이다.
내수 진작 대책도 없는 정부, 그나마 서비스 활성화를 말로만 외치는 정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증시 활황 이후가 걱정되는 이유다.
벌써 세월호 1주기다. 누군가는 무심하게, 누군가는 애타게,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입만 열면 경제 타령을 하면서 ‘세월호는 이제 지겹다’며 그만 잊자는 사람들의 시간도 1년이 흘렀다. 묻고 싶다. 세월호 타령을 그만하면 경제는 좋아지는가? 경제, 경제 목놓아 부르면 경제가 좋아지는가? 오히려 틈만 나면 떠들어대는 경제활성화 타령이야말로 지겹기 짝이 없지 않은가? 그리고 ‘반값 복비’는 말로만 경제 타령했다는 걸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꿈많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과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