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상태에 빠졌던 노사정 대화가 다시 시작된다. 노사정이 8인 연석회의를 열어 한국노총이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힌 5개안을 집중 논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불참선언으로 노동시장 구조개선 논의가 중단된 지 나흘만이다.
7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산하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특위 안건 상정 협의를 위한 ‘8인 연석회의’가 개최된다. 8인 연석회의는 노ㆍ사ㆍ정ㆍ공익위원을 대표하는 간사 4명과 전문가그룹 4인으로 구성되며, 현안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열린다.
지난 3일 한국노총이 노동시장 구조개편과 관련해 전향적인 안이 제시되지 않으면 대화에 불참하겠다고 나서면서 노사정 협상이 결렬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다시 연석회의가 열리게 되면서 노사정은 다시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대화 거부로 협상이 장기간 중단될 경우 그에 대한 비난여론을 감당하기에 부담을 큰 노동계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석회의에서는 노총이 제기한 5대 수용불가 사항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5대 수용불가 사항은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및 파견업무 확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는 주 52시간제 단계적 시행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의무화 △임금체계 개편이다.
이번 연석회의는 대타협의 기반이 될 안건 상정을 논의한다는 점에서 회의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번주 내 노사정 4인 대표자 회의가 재개될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전날 교착 상태에 빠진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협상과 관련해 “7부 능선은 넘었으며 마지막으로 가는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라 본다”며 “어떤 형태로든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 이번주까지는 답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노동계가 대화의 끈을 놓는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됐지만 핵심 쟁점인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마련’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명확화’ 등에선 여전히 의견이 팽팽히 맞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주가 노사정 대타협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지만, 합의 여부와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노동계는 대타협 논의가 7부 능선을 넘었다는 것에 동의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임금삭감, 쉬운 해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비정규직 확대 정책은 열악한 일자리만 더욱 늘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축소함으로써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청년일자리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 중인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절차 완화의 경우만 하더라도 노조 과반수 이상의 동의 없이도 임금이나 상여금 등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것으로, 이는 노조의 권한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얘기”라며 “정부가 5대 불가사항에 대한 전향적인 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어느 하나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노총은 8일 26개 산별조직 대표와 16개 시도지역본부 의장이 참석하는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연석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다룰 예정이다. 이날 연석회의에서 논의된 안을 노총 중앙집행위가 수용한다면 노총 지도부는 이를 명분으로 노사정 대화에 본격적으로 다시 참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중앙집행위가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할 경우 노사정 협상은 다시 결렬 위기에 놓일 수 밖에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