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안심전환대출 한도를 20조원 늘려 연장 판매에 들어갔다. 그만큼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부의 가계부채 해법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가계부채의 본질적인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책을 수립하지 않고,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미봉책만 이어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한 것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출 금리 인하를 염두에 둔 정책이다. 그러나 가계부채의 양적, 질적 악화는 급속도록 진행됐다. 지난 2월 저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주택거래 정상화 등 흐름을 타고 가계대출이 13년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안심전환대출 역시 이 같은 가계부채 ‘관리’라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향후 금리 인상을 염두에 놓고 40조원 한도로 가계부채 관리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 시종일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식의 입장을 되풀했던 정부다. 그런 정부가 한도까지 늘리며 추가 연장 판매에 들어가자 대출자들은 당장 은행을 찾아가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보게 될 수 있다는 오해를 사고 있는 듯하다.
안심전환대출은 ‘출시 시기와 대상, 그리고 효과’에 있어 부정적인 의문을 낳고 있다. 안심전환대출이 출시 전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풀었다. 이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 및 DTI(총부채상환비율) 대출규제를 완화하며 ‘빚 내서 집을 사라’는 얘기다. 또 한국은행을 압박해 기준금리를 내렸다. 이 또한 대출금리 인하로 가계부채는 양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결국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안심전환대출은 집값 거품을 떠받치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안심전환대출의 가장 큰 오점은 그 대상이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인 가계들을 비껴갔다는 점이다.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은 대출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저소득층과 다중채무자 등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안심대출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안심전환대출이 이자와 원금을 함께 갚을 능력이 있는 중산층 이상에게만 혜택이 집중되면서 원금은커녕 이자 갚기에도 허덕이는 서민들에게 형평성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안심전환대출의 효과도 의문이다. 원리금을 함께 분할상환하는 구조로 그나마 소득 여력이 있는 부채 가구들이 이용했다. 이들은 당장의 저금리 유혹에 이끌려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탔지만, 실제로 도중에 원리금 납부를 감당하지 못해 연체하는 가구들이 늘어날 가능성은 매우 높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자의 70% 이상이 몇 년째 갈아타기를 하면서 이자만 내고 있다는 점이 이를 명확하게 증명한다. 정부의 달콤한 유혹에 당장 낮아지는 대출 금리만 보고 은행을 찾지 않기를 당부한다. 매달 이자만 지불하다가 원리금을 함께 상환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