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결국 불발됐다. 약속 시한인 3월 31일까지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정부는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게 됐다. 노사정은 되도록 빠른 시일 내 합의를 도출하고자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지만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저성과자 해고요건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견해차를 좁히기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 문제는 알맹이 빠진 대타협안 마련되더라도 4월 임시국회 논의 과정에서 여야공방이 심화할 가능성이 커 입법화에도 난항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특히 이달에는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예고된 데다, 최저임금 인상 심의가 본격화되는 시점이어서 노사정에게 힘겨운 ‘4월’이 될 전망이다.
1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따르면 노사정위는 노동시장 구조개선 합의 시한인 전날 ‘8인 연석회의’와 ‘4인 대표자회의’를 동시에 가동하며 새벽 2시까지 마라톤 밤샘 협상을 벌였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핵심 쟁점뿐만 아니라 이중구조ㆍ사회안전망 관련 노동계 요구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함께 진행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타협 시한을 넘겨서도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최종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노사정위는 이날 오전에도 회의를 다시 열어 협상을 중단하지 않고 논의를 계속 이어나갔다.
노·사·정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한국노총이 제시한 ‘5대 수용불가 사항’을 놓고 첨예한 의견충돌이 빚어진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노총은 전날 중앙집행위에서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및 파견대상 업무확대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단계적 시행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의무화 △임금체계 개편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완화를 위한 행정개입 등 5대 수용 불가 사항에 대한 철회 없이는 3월 내 합의는 불가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일반해고 요건 완화하자는 데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어 의견대립이 첨예하다. 또 현재 2년으로 돼 있는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문제에서도 이견이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통상임금 입법화와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근로시간 단축 등 3대 현안에서는 상당 부분 이견을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시한을 넘겨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수위가 낮은 선언적 수준의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특위가 비정규직 문제 등 민감한 과제에 대해 별도 기구를 설립해 논의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