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가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정유회사 하베스트 인수 과정에서 자문을 해주면서 하베스트의 자산 가치를 크게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석유공사는 지난 2009년 4조5000억원을 주고 하베스트를 인수했으나, 지난해 하베스트의 자회사 날을 매각하면서 1조3000억원의 손실을 봐 이명박정부의 대표적인 해외자원개발 실패 사례로 꼽힌다.
국회 해외자원개발국정조사특위 소속인 새정치민주연합 전정희 의원은 30일 하베스트 인수 직전 석유공사가 받은 메릴린치 측 최종보고서를 입수, 공개했다.
보고서를 보면 당장 시추가능한 매장량에다 추정치와 추가 생산 가능성까지 포함해 자산가치가 3조원으로 평가돼 있다. 그러나 기술적 평가를 맡았던 매장량 평가 전문 자문사 라이더 스콧사는 메릴린치가 3000억원으로 평가했던 ‘추가 생산 가능 매장량’을 경제성이 없다고 판정했다.
메릴린치가 1400억원대로 평가한 기름섞인 모래층도 라이더 스콧사는 지층이 얇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평가를 유보했다.
이와 함께 메릴린치가 330억원으로 매겼던 한 노후 광구는 99.2% 물만 나오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새정치연합 국조특위 위원들은 이미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로 알려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아들 김형찬 씨가 당시 상무로 근무한 메릴린치 서울지점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성공보수 80억원까지 청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전정희 의원은 “범죄에 가까운 서류조작과 매장량 실사보고서 왜곡, 그리고 매수자인 석유공사의 배임행위가 드러나고 있다”며 “어떤 범죄행위가 있었는지 검찰 수사에서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