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게일 존슨(53)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 겸 사장이 ‘3세 경영’ 막을 열었다.
지난해 10월 존슨은 아버지인 에드워드 네드 존슨 3세의 뒤를 이어 CEO에 취임했다. 피델리티는 아비게일 존슨의 할아버지인 에드워드 존슨 2세가 1946년 설립한 유서 깊은 투자사로, 운용자산 규모가 2조 달러(약 2220조원)에 이르는 미국 2위 뮤추얼펀드다.
아비게일은 직원 수만 4만1000명에 이르는 대형조직 피델리티를 원활하게 이끄는 것은 물론 미국 1위 뮤추얼펀드 뱅가드, 채권투자의 황제 퍼시픽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핌코), 세계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 쟁쟁한 투자업체와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아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게 됐다.
아비게일은 준비된 CEO다. 착실하게 후계자 수업을 받아왔기 때문. 미국 동부 명문인 호바트앤드윌리엄스미스 칼리지에 들어간 그는 대학시절 피델리티 사무실에서 고객 전화를 받는 것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2년간 부즈알렌해밀턴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한 뒤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거쳐 1988년 피델리트에 애널리스트 겸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입사했다. 1997년 처음 임원으로 승진, 여러 요직을 두루 거친 뒤 지난 2012년 8월 사장으로 임명됐으며 지난해 10월 CEO까지 겸임하게 됐다.
아비게일 존슨은 지난해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에서 34위를 차지했다. 포브스는 지난 2월 기준 그의 재산이 135억 달러로 미국 34위 부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언론에 노출된 적이 거의 없지만 지난해 포브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부모님은 자신의 열정을 추구하며 항상 행복해했다”며 “나도 그런 부모처럼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1977년 자산규모가 48억 달러에 불과했던 시절 CEO에 올라 피델리티를 종합 금융서비스회사로 변모시켰으며 퇴직연금 등 다양한 신규사업 진출에 성공해 뮤추얼펀드 업계 개척자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월가에서 처음으로 전화 판매 방식을 도입해 펀드 수수료를 대폭 낮췄고 피터 린치라는 전설적인 펀드매니저를 키우기도 했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시작한 아비게일 존슨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은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피델리티의 주식펀드에서 고객들이 인출한 자금은 160억 달러에 달했다. 인덱스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 이른바 시장 상황을 따라가는 패시브펀드에 자금이 몰리는 투자업계 조류를 피델리티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이 자금 인출의 주원인이었다.
그러나 피델리티는 뮤추얼펀드와 채권펀드 등 다른 사업의 호조에 힘입어 그런 우려를 씻어냈다. 지난해 회사는 매출(149억 달러)과 영업이익(34억 달러)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존슨은 CEO로서 첫 발자국을 성공적으로 내딛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