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고등학교 동기 중 미국으로 이민 간 친구도 이 단체의 설립 초기부터 참가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 기업이나 유력 인사들을 찾아가 기부금이나 물품 등을 모으고 노숙자들에게 직접 도시락을 날라다 주는 일도 한다. 처음에는 노숙자를 대하는 게 무섭고 불결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은 그들과 스스럼없이 어깨동무를 할 정도로 친숙하단다. 이 친구는 현역에서 물러난 뒤 긴 후반 인생을 어떤 일을 하면서 보내야 할지 고민했는데 이런 보람 있는 일을 하면서 약간이라도 보수를 받을 수 있게 된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면서 기뻐한다.
미국에는 이 같은 자원봉사활동 단체가 200만 개 정도나 있다. 그중 절반은 의료, 복지와 관련된 일을 하고, 30% 정도는 교육활동, 나머지 20%는 기타 다양한 활동을 한다.
이런 단체들을 일반적으로 NPO라고 부르는데, NPO란 영어의 ‘Non Profit Organization’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민간 비영리 조직’ 또는 ‘비영리 활동’ 등으로 번역한다. NPO에는 비영리의 의미뿐 아니라 비정부(Non- Government)의 의미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정부로부터의 독립을 강조할 경우엔 NGO(Non Governmental Organization)라는 용어를 쓴다.
그렇다면 NPO활동과 자원봉사(Volunteer) 활동은 어떻게 다른가? 일반적으로 자원봉사활동은 100% 무보수 활동을 원칙으로 하는 게 대부분인 데 비해 NPO활동은 약간의 보수를 받는 경우까지도 포함시킨다는 점이 다르다. 시간당 적정 임금수준이 5000원인데 3000원을 받고 일을 한다면 그 차액에 해당하는 2000원만큼은 자원봉사로 본다는 뜻이다. 아무리 자원봉사라 하더라도 100% 무보수로는 오래 지속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교통비, 점심값, 커피값 정도에 해당하는 보수를 지급하더라도 능력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장기간 활동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NPO는 원래 미국에서 정부의 손이 닿지 않는 분야나 민간기업이 채산성 때문에 손을 대지 못한 분야를 활동무대로 시작됐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 이후 NPO혁명이라고 할 정도의 변혁을 보였다. 민간기업으로부터 경영기법을 도입해 단순한 자원봉사의 영역을 벗어나, 영업수입을 올릴 방안까지도 생각하는 단계로 바뀐 것이다.
영리기업은 제1의 경영목표가 이익 추구이고 그 다음이 고용 확대, 사회공헌 등으로 이어진다. 반면 NPO는 제1의 목표를 사회공헌에 두고 있지만 그 다음으로 고용 창출과 이익 확보도 중요시한다.
미국에서는 NPO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져 정부, 민간과 더불어 제3의 경제주체로 자리 잡고 있다. 정년퇴직자뿐 아니라 대학졸업자들의 NPO 진출도 늘고 있다. 직업란에 NPO 항목이 있을 정도다.
NPO는 대부분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의 기부금과 NPO서비스 수혜자들로부터 약간씩 받는 돈으로 운영된다. 자원봉사자에게는 교통비, 점심값 등의 명목으로 약간의 보수가 지급된다. 대부분의 자원봉사자는 현역시절 저축해 둔 돈과 연금 등으로 기본생활을 하는 데 걱정이 없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보람 있는 일을 하면서 약간의 용돈벌이를 한다는 생각으로 봉사활동에 참가한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NPO에서 일하는 사람도 취업인구에 포함시킨다. 미국 전체 취업인구의 10%가량이 NPO에서 일하고 있다. 그 정도로 NPO활동이 일반화돼 있다는 뜻이다.
이웃나라 일본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중반 발생한 고오베 지역 대지진, 2011년 동북지방에서 발생한 쓰나미 재해 등을 계기로 자원봉사활동 활성화의 필요성이 급속하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비영리법인을 쉽게 만들 수 있는 NPO촉진법도 제정됐고 그 영향으로 NPO 설립이 붐을 이뤄 올해 2월말 기준 법인 인증을 받은 NPO가 54000개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앞으로 이런 움직임이 활발하게 나타날 것으로 생각된다. 일례로 1994년부터 ‘희망의 집짓기 운동’을 벌여 온 한국해비타트의 경우 상근직원 70여명 중 7~8명이 사회공헌활동을 하면서 약간의 보수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런 NPO활동도 현역시절부터 미리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