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돈 PD의 세치 혀가 더 신중해야 하는 이유 [이꽃들의 36.5℃]

입력 2015-03-24 14:10 수정 2015-03-2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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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이영돈 PD가 간다'(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안녕하세요, 이엉돈 PD입니다.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개그맨 신동엽이 tvN ‘SNL 코리아’ 시리즈를 통해 우스꽝스럽게 흉내 냈다. 그야말로 이름부터 말투까지 화제를 낳았다. 주인공은 바로 방송 경력 34년 차의 이영돈 PD다.

대중에 친숙한 이름을 알린 그는 KBS 재직 시절부터 최근 채널A에서도 탐사 보도를 선보였다. 최근 JTBC ‘이영돈 PD가 간다’를 통해 전파공격 루머, 역술인 검증, 뺑소니 미스테리 등을 추적했다. 이번에는 건강한 그릭 요거트를 내세웠다. 그리스 현지를 직접 찾은 이 PD는 건강하게 방목한 젖소에서 짜낸 원유를 소개했다.

이영돈 PD는 서두에서 “이 작은 요구르트 하나로 구글보다 더 빠르게 성장한 기업…세계 경영인상을 받게 됐다. 미국 버락 오바마 취임식 오찬 메뉴에도 선정됐다”고 치켜세웠다. 뿐만 아니라, 그는 “우리나라에선 이런 게 왜 없느냐는 게 제 불만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윽고 이영돈 PD는 국내 시판되는 제품 8개에 대해 가당 요구르트라는 분석과 함께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전문가로 내세운 그리스 요고르 셰프, 불가리아 미카엘 셰프, 고려대 교수 등을 통해서 말이다. 방송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기존의 건강식으로 받아들여져 향유되던 국내 요구르트에 대한 시선을 180도 뒤바꾼 것이다.

방송 이후 한 업체는 “촬영 요구 거절했다고 그런 식으로 나오는 거냐? 한국에서 유일하게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고 발효시키는 회사다”라고 반박했다. 알고 보니 가당과 무가당을 모두 판매하는 해당 업체임에도 ‘이영돈 PD가 간다’ 제작진 측은 가당 제품만을 편향적으로 조명한 것이다.

23일 방송분에서 이영돈 PD는 “설명과 함께 가당 요구르트만을 줬고, 전문가와 함께 시식했다”며 “저의 실수로 무가당 요구르트를 검증하지 않은 점, 죄송하다…전문가들은 원래 그릭 요거트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정정했다.

이영돈 PD는 그간 황토팩, 벌집 아이스크림, 게장 등의 이면을 보도해 파장을 일으켰다. 연예인 김영애, 강균성은 물론이거니와 많은 사업자들이 그의 고발을 통해 문을 닫거나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강력한 공신력을 위시한 방송 프로그램으로 인해 자영업자들은 적잖은 손해를 입었다. 이는 소비자를 향한 속임수를 방지하고,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낱낱이 고발한 의도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주제에 대해 파고드는 탐사 보도는 이영돈 PD만의 특기다. 더욱이 치밀한 밑조사를 바탕으로 한 탐사 보도여야 함에도 불구, 속속 논리의 허점이 드러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방송이 나간 후 불거진 부정적인 영향력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이영돈 PD 측이 선정하는 전문가 집단 역시 과연 얼마나 공신력을 지니는지 의문이다.

견강부회(牽强附會)다. 즉,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끌어 붙여 자신의 주장에 유리하게 짜맞추었을 뿐이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그릭 요거트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국내에는 적절 수준의 그릭 요거트가 전무하다고 호도한 셈이다.

이영돈 PD를 비롯해 전파를 타는 인물의 말과 논리는 물론, 표현 하나까지도 대중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물며, 고발 프로그램이라면 어떨까. 더욱 엄격하고 신중한 잣대가 요구됨은 물론이다. 프로그램 타이틀롤로 나설 정도로 이영돈 PD는 친숙한 인기를 얻은 것은 사실이나, 그만큼 명망을 갖추기 위해서 보다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의 질로서 신뢰부터 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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