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갈 때 가장 귀찮은 것 중 하나가 환전이다. 중국 관광객들이 모바일 금융결제 서비스인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텐페이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체험들이 핀테크 산업을 일으키기 시작하고 있다. 여기에 애플이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했고, 삼성전자가 삼성페이 서비스를 오는 7월부터 한국과 미국에서 시작할 예정이다. 스마트폰은 음원의 플랫폼을 넘어 모바일 전자결제의 플랫폼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기기싸움(Battle of device)에서 모바일결제 플랫폼전쟁(War of platform)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Financial)과 IT 기술(Technique)이 융합되는 핀테크(Fintech) 산업은 CPND(Content-Platform-Network-Device)의 어느 일방이 추진할 때보다 힘을 받고 있다. 이미 구글이 2011년 9월에 NFC 기반 구글월렛을 출시했지만, 이를 받쳐주는 디바이스나 보안 등의 미비로 본격적 시장 형성이 어려웠다. 그러다가 아이폰6, 갤럭시S6 등이 출시되고 애플페이가 결제시장에 뛰어들면서 본격적으로 모바일 결제 서비스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의하면, 올해 세계 모바일 결제시장은 4909억달러(약 550조원)로 추정된다. 모바일 간편결제가 귀찮은 환전을 대신하고 오프라인 신용카드, 유통점카드보다 소비자들이 더 안전하고, 더 편리한 금융거래를 체험하기 시작하면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향후 급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이 거대한 시장을 두고 스마트폰과 금융이 결합한 핀테크 플랫폼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우선 이 핀테크 산업을 기기가 주도하겠다고 애플과 삼성이 선언하고 있다. 디바이스의 세계 양대 강자인 애플과 삼성이 애플페이, 삼성페이 출시를 계기로 경쟁을 벌이면서 그 판은 더 커지고 있다. 마치 맥도날드와 버거킹이 경쟁하면서 햄버거 시장을 키워가는 형세다. 서로 싸우면서 시장을 키우는 특징이 있다. 이제 음반산업이 아니라 금융 콘텐츠를 두고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아이폰의 초기 폭풍의 주역인 아이튠스와 맞먹는 격변이 예고돼 있다.
삼성전자는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S6에 삼성페이를 탑재하면서 여름부터 미국과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선발주자인 애플페이의 단점을 파고들었다. 애플페이를 쓰려면 각 매장에도 NFC 칩을 내장한 신용카드 결제단말기가 필요하다. 현재 이런 단말기는 미국 소매점의 5%에만 보급된 상태다. 삼성은 기존의 마그네틱 보안 전송을 이용한 삼성페이를 적용해 전체 소매점의 90% 이상에서 신용카드식 결제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카드 선도업체인 마스터 카드, 비자와 협력하는 한편 미국의 모바일 결제업체 루프페이를 인수했다.
핀테크 플랫폼 전쟁은 또한 네트워크 업체와 기존의 플랫폼 업체가 제휴해 모바일결제 핀테크시장에 진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구글은 결제 서비스인 안드로이드페이를 만들고, 미국에서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3대 네트워크망 통신사인 AT&T, 버라이즌, T모바일에서 향후 출시되는 안드로이드폰에 구글월렛을 기본 탑재하기로 했다. 다만 기본 탑재하는 경우 불공정 논란의 소지가 있고 또 접근 방법에서 NFC의 한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콘텐츠 업체가 주도하는 모바일 결제시장 참여 방식으로 벌어진다. 기존의 온라인 결제콘텐츠 사업의 전문업체인 페이팔이 대형 유통업체와 손잡고 맞춤형 결제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2002년 결제전문업체 페이팔을 이베이가 인수하면서 온라인 결제시장을 장악해왔다. 이베이는 최근 NFC 기반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커런트C’를 만든 회사 페이던트를 인수했다. 커런트C는 월마트와 베스트바이, 서브웨이 등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40여곳이 설립한 컨소시엄 MCX와 공동 개발한 서비스다. 페이팔이 페이던트 인수를 통해 모바일 결제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것이다.
정리해 보면 CPND 즉, 콘텐츠업체, 네트워크업체, 디바이스업체가 경계를 뛰어넘으면서 모바일결제 플랫폼의 주역이 되겠다고 시작한 플랫폼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IT산업의 세계 1등인 우리나라가 이 시장의 주역이 될 수 있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