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 갑론을박…고용 위축될까 고민에 빠진 정부

입력 2015-03-2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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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인상을 통한 내수진작론을 펼쳐온 정부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청년층의 실업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한 상황에서 정부가 임금인상 압박을 가속화하면 부작용이 심화될까 우려해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열린 제7차무역투자진흥회의 합동브리핑에서 “청년 실업은 최근 논란이 되는 임금 문제와 큰 관련이 없다”고 했다.

또 최 부총리는 “최근 실질임금 인상이 매우 미약했기 때문에 기업이 능력이 되는 한 근로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임금이 올랐으면 하는 정부의 바람이 있지만 임금 인상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라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은 실적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임금 인상은 중장기적으로 일자리 창출 기반을 약화시켜 내수 활성화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는 재계의 주장을 일정 부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임금 인상→가계소득 확대→내수 활성화’라는 선순환 구조를 위해 기업이 적극 임금 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던 정부가 한 발짝 물러선 데는 지난 2월 청년(15~29세) 실업률이 15년만의 최고치인 11.1%를 기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임금 인상 압박이 되레 청년 취업시장을 얼어붙게 할까 우려하는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2월 청년실업률이 매우 높게 나와 걱정”이라며 “3월 말까지 노사정 대타협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임금 인상을 통한 내수 진작론의 근거는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늘어야 내수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이른바 ‘소득 중심 성장론’이다. 기업이 직접 근로자에게 돈을 푸는 것이 내수 진작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반면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사업장이 대부분 영세 사업장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고 서비스 질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소기업의 경우 오히려 신규 고용을 줄이거나 구조조정에 나서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 없는 한국과 달리 미국과 일본의 주요 기업들은 속속 임금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월마트는 올해 4월까지 시간당 임금을 9달러로 올리고 내년 2월부터는 10달러로 인상할 방침이라고 지난 2월19일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거대 유통업체인 TJ맥스와 마샬(Marshalls)도 지난달 25일 미국 내 직원의 시간당 임금을 올해 상반기 중에 9달러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내년까지는 6개월 이상 고용된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을 10달러로 인상할 방침이다.

일본 역시 ‘엔저’(엔화 약세)의 영향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자 자동차, 전자 부문의 대기업들이 앞다퉈 임금을 올리기로 했다.

일본 자동차 업체 도요타는 2015년도(2015년 4월∼2016년 3월)에 월 기본급을 4000엔(약 3만7000원) 올리기로 했다. 이는 13년만에 가장 큰 폭의 인상이다.

닛산 자동차는 5000엔(약 4만7000원), 혼다는 3400엔(약 3만2000원)씩 월 기본급을 인상한다.

중국의 베이징도 지난달 최저임금을 1560위안에서 1720위안으로 10.3% 올렸고 하이난, 텐진, 후난 등도 최저임금을 10% 안팎으로 인상했다.

독일과 영국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 역시 올해 들어 최저임금을 속속 인상했다.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높여서 노동시장을 왜곡하기 보다는 오히려 기초연금이나 근로장려세제 등을 보완해 실질적으로 저소득 근로자가구의 소득을 보강해주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활동 촉진이나 규제완화를 통해 경제성장을 유도하는 방법은 MB정부때부터 추진해오던 방식이지만 임금인상을 통해 내수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은 새로운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임금 인상은 곧 소득의 증가로, 가령 명품백과 같은 사치재의 소비가 늘진 않겠지만 임금 노동자가 주로 소비하는 치킨, 맥주 등 영세 자영업종에는 도움이 되기 때문에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 일 것”이라고 밝혔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금 인상이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임금 인상으로 이윤이 줄어들어 투자가 줄어드는 측면이고, 임금 인상을 통해 수요가 증가해 기업 가동률이 늘어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미국에서는 양 측면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후자 효과가 더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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