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발표된 2014-2015 세계경쟁력보고서에 따른 한국의 전체 경쟁력 순위는 조사대상 144개국 중 26위로 전년보다 1계단 떨어졌지만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스위스 1위, 일본 6위, 중국 28위 등 나라별 경쟁력 순위와 한국의 순위 변화에 주로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이 보고서를 자세히 보면 사업의 제약요인, 경쟁력 낙후 부문 등 여러 가지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다. 먼저 한국에서 사업하는 데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점들이 순서대로 잘 나열되어 있다. 첫째가 정책의 불안정성, 둘째가 비효율적인 정부관료, 셋째가 금융에 대한 접근성이 한국에서 사업하기 어려운 주요 요인이다. 노동과 세금의 규제문제는 4위, 5위를 차지하고 있다. 노동윤리, 부패, 높은 세율 등은 상대적으로 순위가 많이 떨어진다.
다음으로 항목별 경쟁력 순위도 문제 부문을 알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한국의 최하위 항목은 총 144개 국가 중 133위를 차지한 정부 정책 결정의 투명성이다. 이는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132위), 기니(134위)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 다음 나쁜 항목은 사용자와 근로자의 협력관계 132위, 기업 이사회의 효율성 126위, 은행의 건전성 122위, 대출 접근의 용이성 120위, 소액주주의 이익보호 119위 등으로 이들도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이외에 공무원 의사결정의 편파성, 정치인에 대한 신뢰, 사법부 독립성 등이 80~90위로 낮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대학 진학률 등 교육, 인터넷 및 모바일 보급, 보건, 물가안정 등은 10위 이내의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종합해 보면 한국에서 사업하기 가장 어렵거나 경쟁력이 많이 떨어지는 분야는 불안정하고 불투명한 정책, 비효율적이고 편파적인 관료, 금융 부문의 낙후성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노동문제는 사용자와 책임이 반반인 노사협력 관계를 제외하고는 순위가 뒤에 있다. 오히려 기업 지배구조 문제인 기업 이사회의 비효율성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한국에서 사업하는 데 가장 큰 장애요인 하나를 찾아본다면 관료 문제로 귀결된다. 정책 결정은 법률안 제안, 시행령과 규칙 제정 등을 통해 관료가 주도하고 있고, 금융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이중 조직을 통해 관료가 철저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노사관계 조정, 기업 이사회 구성 등 한국의 경쟁력이 크게 낮은 분야에서도 관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이제 한국의 관료는 1960~1970년대와는 달리 기업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셈이다.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관료 개혁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경제 분야에서 관료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고 모피아 등의 형태도 이익공동체화되어 있다. 많은 부분에서 재벌보다 영향력이 크고 대통령이나 국회도 관료를 통제하기 쉽지 않다. 또한 관료는 책임도 지지 않는다. 뇌물수수, 공금횡령 등 명백한 범죄 사실 이외에 정책 실패, 예산 낭비 등으로 신분상의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거의 없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초래한 관료들도 뒤에 승승장구 했고, 외환은행을 론스타에게 이상하게 판 주역이나 외국환평형기금을 탕진한 관료도 위원장이나 장관으로 승진했다. 이러한 관료집단을 누가 어떻게 개혁할 수 있을까? 어려운 과제이지만 한국경제의 명운이 걸린 일이다. 우선 박근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피아 방지라도 제대로 이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