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모터쇼 현장도 마찬가지다. 하루 뒤인 3일 문을 연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서는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 차량의 성능을 자랑하기보다는 스마트워치로 시동을 걸고 문을 여는 깜짝쇼를 전면에 내세웠다.
올해 열린 정보ㆍ통신(IT)과 자동차 관련 전시회의 특징은 IT와 자동차 중 누가 조연이고, 누가 주연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IT와 자동차의 융합에 탄력이 붙은 것은 사물인터넷(IoT)이 기반이 됐다.
전자 업체들은 자동차와의 연계를 통해 차세대 먹거리인 웨어러블기기의 가능성을 현실로 확장하고 있다. 또한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다양한 전장부품을 자동차 업체에 공급하는 것에 사력을 집결하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도 스마트카 바람에 동참하기 위해 전자 업체들과 손을 잡고 있다. 특히 스마트카의 최종 단계인 자율주행차를 구현하기 위해 전자 업체들의 기술은 필수적이다.
이같은 흐름의 중심에는 한국 업체들이 있다. MWC 2015에서 스페인 완성차업체 세아트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조종하는 체험공간을 마련했다. LG전자가 MWC에서 선보인 스마트워치 ‘LG 워치 어베인 LTE’는 자동차의 시동을 걸고 운전석 문을 여닫을 수 있다. LG전자는 스마트워치와 차량의 연동을 시연하기 위해 아우디 차량을 전시했다.
제네바모터쇼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스마트기기와 연동되는 ‘퓨처 커넥티비티’ 대시보드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차세대 인터페이스인 퓨처 커넥티비티는 동작인식과 얼굴인식, 스마트워치 등을 지원한다. 21.5인치의 대형 디스플레이는 2개 화면으로 나눠 사용할 수 있다. 운전 시 상단을 내비게이션으로, 하단은 멀티미디어용으로 사용하는 식이다.
해외 업체들도 이같은 트렌드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미국의 포드는 통신기기 전시회인 MWC에 단독 부스를 차렸다. 독일 통신사 도이치텔레콤은 BMW와 함께했으며 스마트폰 프로세서 제조사 퀄컴은 마세라티를 내세워 관람객의 이목을 끌었다.
이같은 양 산업간 협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이른바 주도권 쟁탈전이다. 구글과 애플은 무인자율주행차 분야에 진출하며 자동차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로버슨 BMW그룹 세일즈ㆍ마케팅 총괄사장은 “모든 업종의 시장 진입 장벽이 최근들어 점점 낮아지고 있다”며 “우리는 어떠한 경쟁도 과소평가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