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탁으로 현 정부의 외교·안보 환경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 불리는 이병기 실장은 국가정보원장을 지내고, 그 이전에 대통령비서실 의전수석과 주일본대사, 국가정보원장 등을 두루 거치면서 국제관계와 남북관계에 밝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무적 능력을 인정받은 데 이어 이런 국제관계의 경험은 비서실장이란 자리와 만나 더 큰 영행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외교·안보의 공식라인이 모두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이병기 실장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최종 결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병기 신임 실장은 외무고시를 거친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서 남북관계나 한일관계 등에서 실용적 태도를 갖춘 비둘기파 인사로 알려져 있다.
먼저 남북관계와 관련, 이병기 실장은 지난해 7월 국정원장 후보자로서 국회 인사청문회 때 “북일 간에도 대화를 하는데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원장으로 임명되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에 참석할텐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집권 3년차이자 광복과 분단 70년인 올해 박 대통령의 화두 중 하나가 ‘통일기반 마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정원장을 지내며 대북정보에 두루 정통한 이병기 실장의 구상과 경험이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특히 매주 정례적으로 열리거나 긴급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 소집되는 NSC 상임위원회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 위원회에 상임위원으로 참석하기 때문이다.
NSC 상임위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이병기 신임 실장이 대통령 업무를 총괄 보좌하는 청와대 비서실장으로서 참석하게 되면서 이 위원회 내에서도 유연한 목소리가 힘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위원장을 포함한 NSC 상임위의 전체 위원 8명 가운데 군(軍) 출신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 2명이며, 나머지 6명 중 5명이 외교관 출신이어서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이 강경 일변도로만 흐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현 정부 출범 이후 경색 국면을 풀지 못하고 있는 대일 관계 전략의 변화 여부도 주목된다.
이 실장은 지난해 6월 국정원장으로 지명되기 직전까지 현 정부 초대 주일대사를 지냈다. 그는 일본 조야와의 소통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인물인 것으로도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