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5년 첫 내한 공연 당시 갓 스무살을 넘긴 미소년 피아니스트는 어느덧 마흔 둘에 접어 들며 미중년이 됐다. 그의 뛰어난 음악성과 연주실력은 20년 전에 비해 완숙미를 더하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국팬들과의 만남을 앞둔 스티브 바라캇은 “exciting”이라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국내에서는 그를 피아니스트로 각인하고 있지만, 스티브 바라캇 스스로는 “기본적(basically)으로 작곡가”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의 이러한 생각을 반영하듯, 이번 공연에서는 스티브 바라캇이라는 작곡가의 관점으로 ‘레인보우 브릿지’와 ‘플라잉’, ‘데이바이데이’ 등 기존 히트곡들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해 세계 최초로 공연을 선보인다. 유명 여성지휘자 김봉미가 이끄는 헤럴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만드는 이 무대는 그가 여성지휘자와 처음 협연을 한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또 하나 관심을 모으는 것은 삶과 죽음, 영원을 주제로 작곡한 교향곡 ‘애드 비탐 애터넘(Ad Vitam Aeternam)’ 전 곡이 연주된다는 점이다. 지난 2003년 바라캇이 작곡한 교향곡 ‘애드 비탐 애터넘’은 라틴어로 ‘영원’이라는 뜻이다. 16악장으로 이뤄졌으며, 악장 당 길이는 5분 내외다.
스티브 바라캇은 “과거 관객들이 세 시간 동안 말을 타고 공연장에 오던 시절에는 1악장이 20분이어도 짧은 편이었지만 지금은 인터넷에서 빠르게 노래를 내려 받고 페이스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악기 구성 등은 기존 교향곡과 같지만 악장의 길이를 짧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두고 ‘오늘날의 교향곡(symphonic music of today)’이라는 새로운 말로 표현했다.
애드 비탐 애터넘에 대해 스티브 바라캇은 “모든 예술가들은 ‘우리가 누구일까(Who are we?)’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애드 비탐 애터넘’은 이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태어나서 자라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음악으로 표현했고, 유년기를 나타내는 초반은 경쾌한 반면 갈수록 음악이 드라마틱해지면서 감정이 고조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20주년 공연에서는 청주MBC어린이 합창단과 함께 하는 유니세프 헌정곡 ‘자장가(Lullaby)’와 롯데헌정곡 ‘Dear Charlotte’등 스티브 바라캇만의 감성으로 관객들에게 환상적인 공연을 선보이며 다시 한번 한국 팬들의 마음을 울릴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