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지난해 초 개편한 국내총생산(GDP) 지표인 국민계정기준(SNA)를 기존 1993년 기준에서 2008년 기준으로 개편한 바 있다. 2008 SNA는 국제연합(UN), 국제통화기금(IMF) 등 5개 국제기구가 합의한 것으로 미국, 호주, 캐나다 등 3개국이 적용 중이다.
문제는 이에 따라 GDP 성장률 또한 상향 조정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계정도입 당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명목 GDP 성장률이 0.3%포인트 높여줄 것으로 내다봤다. 실질 GDP 또한 0.2~0.3% 정도 상향조정된다는 전망도 나왔다. 또한 2008년 기준 SNA의 경우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자로 계상함에 따라 GDP가 가계살림과는 무관하게 올라가게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알맹이’의 변동 없이 수치만 올라간 GDP 전망치는 세수전망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해 GDP의 경우 연간 재정계획을 짤 때 반영됐던 정부의 전망치에 크게 못 미치는 3.3% 성장에 그쳤다. 그 성장률마저도 사실상 지표개정에 따른 0.3% 정도의 ‘허수’가 포함되면서 실질 세수액과의 괴리를 확대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세수결손은 10조9000억원을 기록,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2012년 2조8000억원, 2013년 8조5000억원에 비해 지표가 개정된 지난해는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서며 세수결손이 크게 확대된 양상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국민계정 개편을 통해 기존 재정과의 괴리가 발견됐다면 담당부처의 미세조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한은이 SNA을 개편한 이후 수치상 GDP 상승을 전망하는 의견이 수없이 개진했는데도 재정 반영분 재조정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가 경기둔화로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한 시점에서 사실상 GDP의 괴리를 묵인함으로써 사실상 세수확대를 꾀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더 큰 문제는 새 지표를 반영한 GDP 전망치가 올해도 세수결손의 확대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내놓은 재정계획에는 GDP 3.9% 성장이라는 전망치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독일은 2002년, 2006년 국민계정을 개편한 이후 명목 GDP 증가, 기업 및 재산소득 변동성 감소 등으로 국민계정의 위상이 약화됐다”며 지표 반영에 따른 후속조치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