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전 5시 50분께 우유배달 기사 이모(43)씨가 서울 서초구의 한 길가에 세워둔 우유배달용 1t 냉장 탑차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날씨도 춥고 1초가 아쉬운 시간이라 차 시동을 걸어 놓은 채 영업점으로 우유를 배달하고 나오는 데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는데 그 사이에 차량이 증발해 버렸다.
주변 골목을 아무리 돌아봐도 차량이 보이지 않자 이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탑차 안에는 이씨의 휴대전화와 신용카드도 있었다.
당장 배달을 해야 하는 물량이 쌓여 있던 터라 이씨와 영업점 동료 직원들은 직접 서울 시내를 돌며 사라진 차량을 찾아 나섰다.
차량에 두고 내린 이씨의 휴대전화로도 번갈아가며 계속해서 전화를 걸었다.
탑차가 사라진 지 3시간이 지난 오전 8시 40분께 이씨가 다시 전화를 걸자 드디어 전화 반대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이는 탑차를 훔친 괴한이 아닌 서울 여의도 인근 한 건물의 보안요원이었다.
그는 “한 남자가 탑차를 몰고 지나가면서 휴대전화를 버렸다”며 “그 광경을 보고 휴대전화를 주운 순간 막 전화가 와서 받았다”고 말했다.
그곳이 탑차가 사라진 곳에서 약 10㎞ 떨어진 여의도 근처라는 것을 확인한 이씨는 즉시 경찰에 이 사실을 알렸고, 경찰은 추격망을 좁혀 나갔다.
결국 경찰은 휴대전화가 발견된 인근 거리에 탑차를 버리고 달아나던 김모(69)씨를 체포했다.
당시 김씨는 만취 상태였다. 조사 과정에서 제대로 진술을 하지 않고 경찰관을 향해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음주 측정을 거부하는 등 소란을 피웠다.
김씨는 “술을 마시고 가다 시동이 걸려 있는 차를 보고 그냥 운전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7일 김씨에 대해 절도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