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지배구조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정부 개각, 내부 분란 등 대내외적 변수로 3개월 새 7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됐고, 그동안 제왕적 지위를 누리던 사외이사들도 자격요건 강화 등으로 오는 3월 대거 교체가 예상되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윤종규 KB금융 회장을 시작으로 이광구 우리은행장,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박종복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장, 김병호 하나은행장,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새로 선임됐다.
임종룡 회장의 금융위원장 내정으로 농협금융지주도 새로운 CEO를 선임할 예정이어서 3개월 새 7개 금융사의 수장 자리가 바뀐 셈이다.
금융사 사외이사들도 대거 교체될 예정이다. 신한·KB·하나·농협 등 4대 금융지주와 6개 주요 시중은행 사외이사 62명 중 50명의 임기가 다음달 종료된다. 이 중 상당부분이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 교체를 결정한 곳 중 그 폭이 가장 큰 곳은 KB금융이다. KB금융은 지주(9명)와 은행(5명) 사외이사 전원을 주총에서 새로 뽑을 예정이다. 10개 금융사 임기 만료 사외이사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신한금융도 김기영, 히라카와 하루키, 필립 아기니 대신 박철(전 리딩투자증권 회장), 히라카와 유키(레벨리버 대표), 필립 에이브릴(BNP파리바 일본 대표) 3명을 신규 선임키로 했다. 당초 10명 중 8명의 사외이사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었지만 이 중 3명만 교체키로 한 것이다.
농협금융은 전홍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과 민상기 서울대 명예교수를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아직 교체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하나·외환은행의 ‘원뱅크’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하나금융의 경우 사외이사 7명 중 4명이 다음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하나(6명 중 4명)·외환은행(6명 중 5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우리은행은 정부의 민영화 의지에 동조해 5명의 사외이사 임기를 3월로 맞췄다. 우리은행 사외이사는 박영수, 오상근, 채희율, 최강식, 장민 등 5명이다. 이사회를 통해 5명의 연임 여부를 가려야 하지만 장민 이사가 한국은행 신임 조사국장으로 자리를 옮기기 때문에 적어도 1명은 새로 뽑아야 한다.
그동안 금융권 사외이사들은 연임을 거듭하며 최장 5년까지 경영진과 주주에 대한 옥상옥 지위를 누렸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규준 시행으로 앞으로는 자리를 지키는 게 어려워졌다. 사외이사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3월 금융권 주주총회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사외이사는 한 번 회의에 수백만원의 돈을 받고 자가용부터 개인비서, 사무실까지 무료로 이용하는 제왕적 권한을 지니고 있었다”며 “그러나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시행되면서 일부 사외이사들은 줄어든 권한과 무거워진 책임에 부담을 느껴 스스로 물러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