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보리·밀밭에서 봄의 희망을 심어보자

입력 2015-02-2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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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세 가지, ‘의식주’라고 말한다. 그중 ‘식(食)’의 중요성이 으뜸이라는 생각이다. 아무리 사회가 발전하고 산업이 고도화되더라도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농식품산업이 제 역할과 기능을 하지 못하면 사회는 유지되기 힘들다.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식량의 안정적 확보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안정적 식량 확보를 가늠하는 지표에는 대표적으로 곡물자급률과 식량자급률이 있다.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곡물자급률은 한 나라에서 소비되는 곡물 중 국내에서 생산·공급되는 비율을 말한다. 식량자급률은 곡물소비량에서 가축·동물이 먹는 사료용을 제외한 식량으로 소비되는 양곡 중 국내에서 생산·공급되는 비율을 의미한다.

곡물자급률이 높다는 것은 국내에서 필요한 곡물을 자국 내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확보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013년 기준으로 23.1%, 식량자급률은 47.2%에 불과하다. OECD 국가 중 일본보다는 높지만 매우 낮은 수준이다. 농업 강국 미국은 133%로 자급을 초과하고 있고, 프랑스 164%, 호주 176%, 영국 92% 등 주요 선진국들은 탄탄한 농업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늦었지만 지난 2006년부터 곡물과 식량자급률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치를 설정하고, 자급률 제고를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2모작 활성화와 우량농지 보전 등을 통해 국내 생산을 확대하고, 곡물 사료나 밀·콩 등을 국내산으로 대체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국내산 소비 확대를 위해서도 원산지 표시 대상과 친환경 농산물 학교급식을 확대하면서, 식품가공산업과 농어업의 연계를 강화하여 국내산 수요를 늘리려고 힘쓰고 있다.

그리고 곡물 자급률 향상을 위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겨울철 유휴농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농업·농촌을 둘러싼 여건 변화와 더불어 농경지 이용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1970년의 142%에서 2013년 101%까지 하락하여 왔다. 이는 국내 농경지에 대한 추가적인 이용 여지가 많이 있고, 이를 통해 곡물자급률 제고에 필요한 경지의 확보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최근 정부는 밭보다 영농 여건이 좋은 겨울철의 유휴 논 이용을 촉진하고자 임대차를 허용하도록 농지법을 개정하고, 봄에 심을 수 있는 밀과 보리 품종도 개발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겨울철 이모작 활용 가능한 면적이 전체 논 면적의 70% 정도인 약 66만ha 수준이나, 지난해에는 40% 수준인 28만ha만이 이모작 재배가 이루어졌다. 잘 정비된 겨울철 논 약 38만ha를 놀리고 있다는 것이다.

저조한 경지 이용률과 곡물자급률을 높이려면 벼 수확 이후 겨울철에 놀고 있는 논에 재배할 수 있는 밀, 보리, 조사료 등을 적극적으로 심어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의 밀·보리 재배면적은 잦은 강우로 그 전년보다 11.3%나 줄어들었다. 정부는 자급률을 높이고 농가소득도 올릴 수 있도록 농진청, 지자체, 농축협, 농업인 협회·단체 등과 함께 봄 파종을 전국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봄 파종을 하면 작물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보리 248만원/ha, 밀 206만원/ha의 소득이 있다. 또 올해부터는 겨울철 이모작 직불금으로 밀이나 보리, 사료작물을 파종하면 ha당 50만원을 지급하고 있어 봄파종은 곡물자급률 향상은 물론 농가소득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보리나 밀 등 원료농산물의 안정적 확보로 맥류 가공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우리밀 살리기운동 등 로컬푸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새삼스럽겠지만 유휴농지에 이모작 작물을 심어 단 1%라도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이 땅에서 농업을 살리고 식량주권을 지키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올해 봄에는 방방곡곡에 넘실대는 보리와 밀이 자라는 사잇길을 걸어가며 우리 농업의 희망의 휘파람을 국민과 함께 불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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