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축구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27년만의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결승 진출 쾌거에 손흥민(23ㆍ레버쿠젠), 기성용(26ㆍ스완지시티) 등 해외파 선수들의 맹활약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안컵 이후 참아왔던 득점 본능을 폭발시키며 국내 축구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손흥민은 자신의 한 시즌 최다 골 기록을 갈아치웠다. 14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레버쿠젠의 바이아레나에서 열린 볼프스부르크와의 2014~2015시즌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21라운드 홈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리그 8득점이자 시즌 14득점째를 기록, 종전 자신의 한 시즌 최다 득점(2012~2013ㆍ2013~2014시즌 12골) 기록을 경신했다.
손흥민의 득점 기록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대로라면 1985~1986시즌 차범근(62) 전 수원 삼성 감독이 레버쿠젠 시절 기록한 한국인 유럽파의 한 시즌 최다 득점(19골ㆍ리그 17골)마저 넘어설 기세다. 앞으로 5골만 넣으면 타이, 6골 이상 넣을 땐 30년 동안 누구도 범접하지 못했던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올 시즌 손흥민에게 남은 경기는 정규리그 12경기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경기 등 14경기 이상 출전 가능하다. 결국 2.8경기당 1골만 넣으면 5골을 더해 역대 최다 득점 타이를 이룬다. 올 시즌 손흥민의 득점력을 감안하면 결코 무리한 도전도 아니다.
손흥민은 올 시즌 29경기에서 14골(리그 8골ㆍ컵대회 1골·챔피언스리그 5골)을 터트렸다. 2경기에서 한 골씩 뽑아낸 셈이다. 따라서 14경기 이상 출전 가능한 손흥민으로선 6~7골(20~21골)은 더 넣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최근 물오른 골 감각은 손흥민의 시즌 최다 득점 경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아시안컵에서 3득점을 올린 손흥민은 볼프스부르크전에서 후반에만 3골을 몰아넣는 집중력을 보였다. 특히 세 번째 골은 빠른 스피드로 측면을 돌파한 뒤 골문을 여는 등 동료들의 도움 없이도 얼마든 골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손흥민은 28일 밤 11시 30분 SC 프라이부르크와의 경기에서 15호골 사냥에 나선다.
손흥민의 시즌 최다골 버금가는 관심사는 기성용의 박지성(34) 따라잡기다. 기성용은 박지성과 전혀 다른 듯 닮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기성용은 지난 아시안컵에서 슈틸리케호의 중원 사령관으로서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주장 완장을 차기에는 젊은 나이지만 울리 슈틸리케(61ㆍ독일) 감독의 무한 신뢰를 얻은 결과다. 그래서인지 그의 활약에선 ‘영원한 캡틴박’ 박지성이 보인다. 공격과 수비를 오가는 올라운드 플레이와 강팀에 더 강한 근성이 그렇다.
기성용은 22일 영국 웨일스의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2015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26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시즌 5호골을 터트렸다.
지난 8일 선덜랜드와의 경기에서 시즌 4호골을 넣은 이후 2주 만에 득점포를 가동한 기성용은 한국 선수로 EPL 한 시즌 최다 골 타이기록(2006~2006ㆍ2010~2011시즌 박지성)을 작성했다.
이로써 기성용은 남은 경기에서 1골만 넣어도 박지성의 EPL 한 시즌 최다 골 기록을 경신한다. 기성용은 또 남은 경기에서 4골을 추가하면 2010~2011시즌 박지성의 시즌 최다 8골(정규리그 5골ㆍ리그컵 3골)도 경신하게 된다. 기성용의 포지션이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랄만한 기록이다. 많은 축구팬이 기성용을 ‘포스트 박지성’이라 부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