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언급한대로, 지문과 적절하게 이뤄진 감정의 배합은 호평을 이끈 장면을 탄생시켰다.
“정후는 우는 방법을 모르는 아이에요. 사부(오광록)가 죽었는데도, 영신이 감정을 터뜨려준 덕에 난생 처음 울기 시작하죠. 촬영할 때 너무 힘들고 먹먹했던 장면이에요. 사부가 누워있는 걸 보면서 저 역시 눈물은 미치도록 났지요. 극본에는 ‘울고는 싶은데 울지 못해서 목을 쓸어내린다’는 지문이 있었고요. 그걸 그렇게 표현 했던 거에요.”
지창욱은 “상황에 집중한다. 시청자와 어떻게 교감할 수 있을까 밀도 있게 고민하려고 애쓴다. 많은 배우들이 그렇겠지만, 더욱 디테일해지기 위해 계산한다. 그리고 난 뒤, 현장에선 생생하게 반응하려고 집중한다. 배우기 때문에, 자존심 또는 책임감, 사명감일 수 있는데, 항상 고민을 한다”고 진중하게 이야기했다. 그의 고민 속에는 신중함이 녹아있다.
“서정후란 인물이 본체이지만, 박봉수를 따로 연기해야 했기에 머리가 아팠어요. 처음에 저는 아예 다른 인물처럼 티가 나게 연기하는 게 되게 껄끄럽다고 생각했나 봐요. 너무 과하면 유치해지지 않을까, 리얼리티가 있을까 염려됐죠. 반면 PD님, 작가님께서는 확실하게 차이를 두자고 하셨어요. 생각보다 방송이 된 뒤에 시청자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셔서 마음껏 연기했지요.”
심지어 뛰어난 커플 호흡으로 주목받았던 극중 영신 역의 박민영과 키스신도 마찬가지였다. 지창욱은 “꼭 얘기하고 싶은 부분이다. 스킨십 관련된 신을 촬영하고 나면 친구들이 전화 온다. 사실 무척 예민해지는 촬영이다. 손을 잡는 것도 불편해하지 않을까 부터 시작해 신경 써야 될 것이 많다. 여배우도 마찬가지다. 서로가 조심스러운 장면”이라고 밝혔다.
신중을 기하는 지창욱에게 박민영과의 소통은 수월하게 다가왔다. 그는 “좋은 배우를 만났다. 연기에 대한 열의가 있다. 대본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얘기를 할 수 있을 만큼 그 배우가 열려 있다는 게 저는 너무 좋았다”고 박민영과 호흡을 치켜세웠다.
“저는 경험해본 적 없지만, 어떤 배우는 혼자 차 안에 들어가 있을 수도 있거든요. 반면 현장에서 부딪히고 직접 장면에 대해 대화하는 배우와는 더욱 더 연기를 자연스럽고 재밌게 할 수 있지요…박수를 받기 위해 하는 건 아니지만, 언제나 작품에서 신나게 연기하고 싶은 건데 말예요.”
내년 즈음 군 입대를 앞둔 그는 물 오른 연기력을 뿜어내고 있다. 지창욱은 스스로 체감하는 지점을 물길따라 갈고 닦이는 돌멩이에 비유했다.
“꾸준히, 천천히 변해왔던 것 같아요. 확 바뀌는 순간은 없었던 것 같아요. 물살에 휘말리는 돌멩이가 서서히 동그래지듯 말이죠. ‘웃어라 동해야’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그걸 하고도 제 인생은 바뀌지 않았고요. ‘기황후’도 마찬가지였죠…농담 반, 진담 반으로 ‘벼락스타가 되는 게 꿈이었다’고 하는데 사실이에요. 어렸을 땐 트렌디한 미니시리즈의 주인공이 돼서 눈 뜨고 있을 때 갑자기 인기가 생길 줄 알았어요. 그건 아니었던 거죠. 지금의 저를 있게 만들어준 이 길이 운명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굳이 터닝 포인트가 필요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