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이은주 죽음 관련 칼럼이 10년이 됐군요

입력 2015-02-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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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은주.(사진=뉴시스)

충격이었습니다. 전혀 상상조차 못하는 일이었으니까요. 바로 스타 이은주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눈이 내리던 2005년 2월22일 다급한 전화 한통를 받고 한동안 멍했습니다. 지인이 이은주가 “살아도 사는 게 아니야…” 라는 메모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을 알려온 겁니다. 후배 기자들을 경찰과 그녀의 집으로 취재 보내고 한동안 멍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죽음을 생각하며 칼럼 ‘무엇이 스타 이은주 죽음을 가져왔나?’을 그녀가 죽은 지 하루 뒤인 2005년 2월23일 썼습니다. 이은주의 충격적인 죽음 이후 유니 정다빈 최진실 박용하 등 스타 연예인들의 자살이 이어졌습니다. 스타 연예인들의 자살이 이제 사회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은주의 10주기를 맞아 더 이상 연예인의 자살은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10년전 이은주가 우리 곁을 떠난 다음날 썼던 칼럼을 다시 소개할까 합니다.

*무엇이 스타 이은주 죽음을 가져왔나?[배국남칼럼]

하늘의 별이 되었다. 그 잔잔한 미소와 차분한 움직임에서 파열되는 연기의 향취는 많은 이에게 감동의 문양으로 자리 잡았다.

이은주, 짧기만한 스물다섯의 물리적 나이 속에는 그녀가 대중과 함께한 9년의 세월이 녹아 있다.

그리고 2005년 2월 22일 눈발이 휘날리는 날 그녀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며 연기의 무대를 지상에서 하늘로 옮겼다.

그녀가 한 교복회사의 모델 선발대회로 대중에게 얼굴을 내밀며 ‘연예인’이라는 운명과 조우한 뒤 긴 생머리에 조용한 어조, 그리고 차가움이 스며든 웃음을 보여준 드라마 ‘카이스트’에서 대중에게 그녀의 존재를 각인시켜 그녀는 이때부터 ‘대중적 연예인’이라고 불리웠다.

그리고 연기자라면 한번쯤 꿈 꿀 충무로로 건너가 그녀의 생내적 고독감을 기막히게 표출한 흑백영화 ‘오!수정’에서 절망적 사랑을 그녀였기에 가능한 연기의 색깔로 드러냈다. 이내 이병헌과의 호흡을 맞춘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이은주, 그녀는 연인을 지상에 두고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어 사랑의 미완의 주인공을, 또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역시 죽음으로 꿈에도 못잊을 사랑을 이루지 못한 비극적 여인을 스크린에 체화시켰다. 그리고 강렬한 첫사랑으로 결혼한 뒤 그리고 현실의 벽에 부딛쳐 헤어졌다 다시 사랑하는 이를 만나는 ‘불새’에서도 그녀는 브라운관 전편에 강하지만 움울함이 배어 있는 사랑의 빛깔을 보여줬다.

영화와 드라마 몇편에서 너무나 비극적이어서 강인했던 캐릭터와 너무나 차분해서 강렬한 연기의 색깔을 그녀의 스물다섯 삶이라는 캔버스 한부분에 그려 넣었다. 그녀는 9년여의 짧은 연예인 생활 속에 많은 것을 대중의 가슴속에 새겨 놓았다.

‘연예인’이자 ‘스타’였던 스물다섯의 젊은 연기자는 왜 그녀를 원하고 사랑하는 대중의 곁을 스스로 떠났을까. 연예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쩌면 운명의 굴레다. 그 굴레는 어쩌면 대중에게 각인된 이미지와 삶과의 괴리에서 초래될 수밖에 없는 자연인으로서의 느껴야할 행복감의 유예일 수 있다. 대중매체에서 구축된 이미지와 자연인 배우로서의 삶은 괴리가 있을 수 밖에 없고 그 괴리는 일반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연예인만이 지고가야하는 시지프스의 고통이다.

또한 자본주의에서의 가장 이윤의 논리가 첨예하게 적용되는 전쟁터가 연예계라는 사실에서 오는 압박감은 연예인들에게는 감내하기 힘든 어려움이다. 한 작품에서의 실패는 연예인의 상품가치를 가차없이 추락시키고 그 추락은 연예인이 온몸으로의 체감을 강요한다.

그리고 연예인 그것도 연기자는 연기라는 끝없는 싸움을 벌여야하는 외로운 투쟁을 해야만한다. 예술적 지평을, 연기의 한계를 극복해야하는 것은 연기자의 평생 업이자 굴레이다.

이러한 고통과 괴로움 때문에 때로는 스타들은 대중의 시선에서 멀어져 자신을 은폐시키기도 하고 알콜과 마약, 그리고 약물과 이 고통을 교환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자살로 자신의 생을 마감시킴으로서 겉으로는 찬연하지만 내적으로는 고통이자 굴레일 수 있는 연예인의 운명을 벗어던지기도 한다.

이은주, 그녀의 자살원인을 따지는 것은 어쩌면 무의미할 수 있다. 그것은 물리적, 육체적 원인 규명일뿐이기때문이다. 이제 그녀는 우리곁을 떠났다. 떠난 그 자리에 그녀를 만나 인터뷰할 때 웃어주던 그녀의 잔잔한 미소가 떠오른다.

그녀의 명복을 빌면서 하늘이라는 무대에서 지상에서 펴지 못한 연기를 원없이 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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