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는 왜 이광종 감독을 그리워할까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5-02-16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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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종 감독의 빈자리가 느껴지는 요즘이다. 그의 존재감은 자리를 비움으로써 더 크게 나타났다. 그래서 한국 축구는 그를 더 그리워한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연장전 접전 끝에 북한을 1-0으로 꺾고 기뻐하는 이광종 감독과 대표팀. (뉴시스)

임창우(23ㆍ울산)가 120분간의 혈투에 마침표를 찍었다. 임창우의 발을 떠난 공은 상대 진영 골네트를 흔들며 한국 축구에 28년 만의 우승컵을 안겼다.

뜨거운 가을이었다. 지난해 한국 축구가 추억하는 최고의 명장면은 단연 2014 인천아시안게임 결승전 북한과의 드라마틱한 연장 승부였다. 결승골 주인공은 해외파도, K리그 클래식도 아닌 K리그 챌린지(2부 리그)에서 뛰던 무명 임창우였다. 그 파격적인 선수 선발 뒤엔 이광종(51) 감독이 있었다.

기대하지 않았기에 감동은 더 컸다. 손흥민(23ㆍ레버쿠젠)의 대표팀 합류 불발과 윤일록(23ㆍFC서울), 김신욱(27ㆍ울산)의 경기 중 부상 하차까지 겪으며 역대 최약체라는 혹평을 들었다. 인천아시안게임 전에는 선수 선발과 답답한 경기력으로 수차례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그러나 이광종 감독은 보잘 것 없어 보였던 선수들에게 날개를 달았고, 선수들은 지휘관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조직력은 경기를 할수록 탄탄해졌고, 마침내 무실점 우승(7경기 13골 0실점)이라는 믿기지 않는 결과를 만들어내며 모든 것을 입증했다. 비록 홈에서 열린 아시아 대회였지만 이광종호가 그려낸 필드 위 환상 하모니는 우리 시대 리더십의 자화상이 됐다.

이광종 감독의 지도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2000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활동하며 유소년축구 경험을 쌓았고, 201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우승과 2013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8강으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인천아시안게임 우승으로 올림픽 대표팀의 새 사령탑에 올랐다.

하지만 지금 이광종 감독에겐 휴식이 필요하다. 지난달 2015 태국 킹스컵 축구대회 출전 차 태국을 방문했지만 고열증세로 귀국, 정밀검사 결과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이광종 감독의 뜻하지 않은 하차에 한국 축구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이광종 감독의 후임으로 신태용(45) 감독을 임명했지만 이광종 감독의 빈 자리는 여전하다.

그래서인지 이광종 감독에 대한 보이지 않는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광종 감독의 치료비와 현역 복귀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빠른 쾌유를 바라는 팬들의 편지와 헌혈증이 대한축구협회에 날아들었다.

참 이상한 일이다. 이광종 감독의 빈 자리가 이리도 컸을까. 감독으로서 자리를 지킬 때보다 존재감이 더한다. 감독은 뛰어난 용병술과 리더십으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또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존재감이 느껴진다. 누구나 감독이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명장이 될 수 없는 이유일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상이다. 실천보다 말이 앞서는 사람이 많다. 그 사람은 입으로 존재감을 나타내지만 빈 자리 아쉬움은 덜하다. 반면 묵묵히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는 승부사는 자리를 비웠을 때 비로소 존재감이 느껴진다. 이광종 감독은 그런 존재다. 그다지 화려하지 않지만 결국 결과로 보여줬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라는 험란한 여정을 앞두고 있어 그가 더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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