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치과용 엑스레이 장비 전문 제조업체 ‘레이’를 매각했다. 부진한 의료기기 사업에 대한 정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레이 최대주주인 삼성벤처투자 신기술사업투자조합6호(SVIC6호)는 레이 경영권 지분을 '유주'에 팔았다. 매각 대상은 보통주 58.32%(25만1340주)와 우선주 9.84%(4만2000주)로, 처분 금액은 91억원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2005년 SVIC6호에 약 900억원을 투자해 지분 98%를 확보하고 있다. 현재 SVIC6호는 삼성벤처투자가 운영하고 있다. 당시 삼성그룹은 헬스케어를 5대 신수종 사업의 하나로 정하고 의료기기 사업에 투자하고 있었다. 이후 삼성그룹은 레이를 비롯해 삼성메디슨과 넥서스, 뉴로로지카를 인수하며 헬스케어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레이의 경영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인수 당시 1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레이는 2011년과 2012년 손실 규모가 배 이상 커졌고, 2012년에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2013년 삼성전자가 20억원이 넘는 일감을 지원해주며 매출이 늘고, 영업이익도 흑자로 돌아섰지만, 과거 손실이 워낙 컸던 탓에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보다는 사업성과 시너지 효과 등을 고려해 레이를 매각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 의료기기와 삼성메디슨과의 합병 추진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어, 본격적인 사업재편에 앞서 의료기기 사업을 정리ㆍ조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벤처투자 관계자는 “조합 기간이 만료되면서 지분을 처분하게 됐다”며 “레이의 지분율이 컸기 때문에 공시가 난 것 뿐이지 만료된 나머지 자산도 매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