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가 지난 6일 일동제약에 이사진 선임 요구안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발송하면서 일동제약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동제약 측은 이를 두고 적대적 M&A(인수·합병)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같다고 9일 밝혔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녹십자의 이사진 선임 요구안을 담은 주주제안서 발송과 관련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현재 검토 중으로 결정되는 대로 회사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며 “(회사의 입장 발표) 형태나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답을 드리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와 관련해) 계속 회의가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주주제안 정도의 수준이라면 적대적 M&A는 확대해석이 맞는 것 같다”면서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나온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녹십자는 지난 6일 다음달로 임기가 만료되는 일동제약 이사진 3명 중 감사와 사외이사 등 2명을 자신들이 추천하는 이사로 선임하겠다는 내용의 주주제안서를 일동제약에 발송했다. 이번에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진 3명은 △이정치 대표이사 회장 △이종식 감사 △최영길 사외이사 등으로, 감사와 사외이사를 녹십자가 추천하는 인물로 선임토록 한다는 것이다.
녹십자가 주주제안서를 발송함에 따라 이번 주총에서 이사진 선임을 시도, 1년 만에 일동제약과 녹십자 간의 표 대결이 벌어질 전망이다. 앞서 일동제약은 지난해 1월 임시 주총에서 오너 일가의 경영권 안정과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지만, 녹십자가 피델리티 펀드와 손잡고 지주사 전환에 반대 표를 던져 무산된 바 있다.
또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인 일동제약 측과 2대 주주인 녹십자 측과의 지분 격차는 단 3.16%P에 불과해 녹십자가 추가로 지분을 확보할 경우 적대적 M&A(인수합병)를 통한 경영권 인수도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녹십자 측도 “이번 주주제안서 발송은 적대적 M&A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고, 주주로서 당연한 권리 행사 차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