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원리’보다 ‘정부 개입’을 택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에 대한 평가가 혹독하다. 단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 3사의 마케팅 비용은 예상과 반대로 오히려 늘었고, 불법 보조금은 여전히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다. 특히 외산폰의 영향력 확대는 단통법 시행 당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역풍이라는 분석이다.
3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발표한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이통 3사는 전년 대비 11% 늘어난 총 8조8220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썼다. 이는 역대 최대치로, 단통법 시행 시점과 맞물린 지난해 4분기에만 SK텔레콤 8160억원, KT 8127억원, LG유플러스 5182억원 등 총 2조1469억원을 마케팅에 사용했다. 4분기 마케팅 비용은 3분기(2조507억원)보다 4.7% 증가했다.
정부가 단통법 시행을 통해 불법 보조금을 근절하고 전반적 마케팅 비용을 절감시키겠다고 장담했지만, 이통 3사의 지난해 비용구조를 보면 단통법이 이통시장 문제 해결 방안으로 적절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단통법 영향으로 유독 국내 시장에서 고전하던 외산폰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단통법 시행 이후 국산 단말기에 대한 과도한 보조금 지급 경쟁이 한풀 꺾이면서 아이폰이나 중국 저가폰으로 수요가 이동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통 3사는 지난해 말 ‘아이폰6 대란’을 일으키고, 방통위는 이통 3사 임원을 고발하기도 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직후인 지난해 11월 한 자릿수에 머물렀던 애플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3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점유율은 기존 60%에서 46%로 떨어졌으며, LG전자는 2위에서 3위로 내려앉았다. 알뜰폰 업체들도 소니, 화웨이 등 외산폰을 속속 들여오면서 외산폰 활성화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시장에서 외산폰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며 “SK텔레콤이 검토 중인 중국 제조사 ‘TCL-알카텔’의 스마트폰 국내 출시가 현실화하면 외산폰 점유율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