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동통신 3사가 쏟아부은 마케팅비가 역대 최대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마케팅비는 통신요금 인하를 막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마케팅비 인하를 유도해야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쓴 마케팅비는 각각 3조5730억원, 3조1528억원, 2조962억원으로 총 8조8220억원이었다.
특히 SK텔레콤은 작년 1분기에만 1조1000억원의 마케팅비를 써 자체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같은 현상은 KT와 LG유플러스 역시 마찬가지로, 불법 지원금 전쟁에 따른 결과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되면 불법지원금이 근절 돼 마케팅비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 역시 그렇지 않았다. 어디선가 불법지원금이 새고 있다는 것이다.
단통법이 본격 시행된 4분기, SK텔레콤은 8160억원의 마케팅비를 써 전분기 대비 1.9% 줄었다. 하지만 1인당 기기변경 지원금과 가입자당 모집 수수료(평균 25만원)은 21.5%, 13% 각각 상승해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같은 기간 KT의 마케팅비는 7416억원으로 9.6% 늘었고, LG유플러스 역시 5182억원으로 8.6% 증가했다.
이에 대해 이통사는 단통법 시행 이후 중·저가 요금제에도 일정 금액의 지원금 혜택이 돌아갔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불법 지원금이 살포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초 이통3사는 애플 아이폰6에 50만원 가량의 추가 지원금을 실으며 ‘아이폰6 대란’을 일으켰고, 이 일로 방통위는 이통3사 마케팅 책임자를 고발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후에도 속속 ‘소란’수준의 과잉경쟁이 일어나다가 지난달 SK텔레콤과 KT가 또 다시 불법 지원금 전쟁을 벌여 방통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외 기존 고객을 지키기 위한 멤버십 혜택 강화, 그리고 중·저가요금제 가입자 및 기기변경에 대한 지원금 제공도 마케팅 비용이 줄지 않은 원인으로 꼽혔다.
반면 법정 지원금 한도는 단통법이 시행된 10월이 돼서야 25만원에서 5만원 늘어난 30만원에 불과해 여전히 짜다는 평가다.
최근 들어서는 유통점이 15% 한도 내에서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지원금도 잘 주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은 가중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 당시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이통사의 마케팅 비용이 매출의 22%를 넘지 못하게 했지만 초과 지출한 마케팅비가 2010년~12년 동안 1조 5161억원에 달한다”면서 “통신비 인하가 곧 최선의 마케팅이 되는 선순환을 만드는 게 가장 큰 숙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