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발 '크림빵 아빠' 뺑소니범 수상쩍은 운행코스

입력 2015-02-0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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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빵 아빠' 강모(29)씨를 치어 숨지게 한 허모(37)씨는 사고를 낸 뒤 큰 길이 아닌 골목길을 택해 귀가했다.

사고를 내고 370m를 직진하던 그는 돌연 오른쪽 좁은 골목길로 방향을 틀어 지그재그로 400m를 더 빠져나간 뒤 공터가 나타나자 차를 세웠다. 시동까지 끈 그는 차에서 내려 4분가량 파손 부위 등을 살폈다.

허씨가 "사람을 친 줄 몰랐다가 나흘 뒤에 뉴스를 통해 알았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이 이를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 이유다.

사고 직후 그가 보여준 행태는 사람을 친 줄 몰랐다는 주장을 선뜻 받아주기 어려울 정도로 석연찮고, 부자연스러웠다.

사고 부근 CCTV와 허씨를 상대로 한 경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고 당일 그의 차량 운행 코스를 재구성해보면 이렇다.

동료와 소주 4병을 마신 직후라 만취 상태였던 허씨는 지난달 10일 오전 1시 28분께 자신의 윈스톰 차량을 몰고 청주시 사천동에서 무심천 송천교를 건너 송절동에 도달한 뒤 좌회전했다. 무심천 둑길을 따라 내려가는 것이 사직동 자신의 집으로 가는데 빠르기 때문이다.

왕복 2차로인 이 길로 직진하던 허씨가 사고를 낸 것은 불과 1분 뒤였다. 우측에 있는 차량등록사업소를 지난 170m 지점이었다.

무심천 징검다리를 건너 집으로 가기 위해 무심천 둑길을 가로지르던 강씨와 맞닥뜨린 것이다. 이때가 오전 1시 29분이었다.

허씨가 과속을 했던 탓인지 사고 차량에 부딪힌 강씨는 무려 34m나 앞쪽으로 날아가 반대편 차로에 떨어졌다. 강씨의 시신은 사고 후 4분 뒤인 오전 1시 33분 택시 기사에 의해 발견됐다.

허씨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안개등 커버, 번호판 받침이 깨질 정도로 충격이 컸던 사고였음에도 차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그대로 370m를 더 내달린 뒤 오른쪽 골목길로 꺾었다.

둑길을 이용하는 것이 속도를 낼 수 있고, 거리도 짧았지만 굳이 겨우 차량 한 대가 지나갈 수 있는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야산 옆길을 택했다.

그렇게 사고 지점에서 770m를 벗어난 허씨는 사고 2분 후인 오전 1시 31분 인적이 드문 공터가 나타나자 차를 세웠다. 그러고는 시동까지 끄고 내려서 4분간 차를 두루두루 살폈다.

차량 앞쪽이 심하게 파손된 것을 확인했을 터이니 사고 현장에 다시 가 볼 법도 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다시 차에 올라 귀가를 서둘렀다.

이때도 그는 골목을 택했다. 외길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130m만 왕복 4차로를 주행했을 뿐 신봉동 백제유물전시관 앞에서 우회전하기까지 1.1㎞ 거리를 역시 좁은 골목길로 갔다. 사고 지점에서 총 1.75㎞를 골목 코스로 운행한 것이다.

다분히 큰길에 설치됐을 CCTV, 혹은 음주운전 단속 경찰이나 목격자를 피하기 위한 요량으로 의심살만한 행동이었다.

수사의 흐름을 살피던 그는 경찰이 부실한 초동수사로 BMW를 사고 차량으로 지목하며 '헛다리'를 짚자 11일 뒤인 지난달 21일에는 사고 차량을 충북 음성의 부모 집에 갖다 뒀다.

사흘 뒤인 지난달 24일에는 충남 천안에서 부품을 구입해 차량을 직접 수리, 범행 은폐를 시도했다.

그는 사고 직후 골목길을 택한 데 대해 "자주 다니는 길"이라고 발뺌했다. 차를 세우고 살펴본 이유에 대해서는 "무엇인가를 친 것 같아서"라고 했지만 거듭 "강씨를 친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그러나 사고 이후 수상쩍은 운행 코스와 그의 행동으로 미뤄 그가 사고 직후부터 강씨를 친 것을 알았고, 그때부터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려는 시도를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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