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터닝포인트] 선생님 떠난 교실 그리고 한국거래소

입력 2015-01-3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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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자본시장부 차장

한국거래소가 6년 만에 공공기관에서 해제됐습니다. 그동안 거래소는 조직과 인력운영, 예산안까지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았는데요. 임원 선임은 물론 각 부서조직, 운영방안 심지어 조직의 규모까지 정부의 통제 아래 있었습니다.

앞으로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지금까지는 공공기관이었던 만큼 정부와 기획재정부가 내세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따랐습니다. 그러나 이제 자본시장법을 주축으로 금융위원회 통제를 받게 됐습니다.

조직 관리와 임원, 직급별 정원도 금융위원회와 협의로 자유롭게 정하게 됩니다. 살림도 개선되고 수익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거래소는 이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사업도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청사진까지 내놨습니다.

거래소측은 “정부의 경영평가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중장기 투자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계획을 내놨습니다. 그리고 그 계획 위에 뚜렷한 자신감도 얹었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지금 거래소 분위기는 사뭇 고무돼 있습니다. 공공기관 지정 해제에 맞춰 그동안 울타리에 갇혀 추진하지 못했던 다양한 계획을 속속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투자업계, 그리고 거래소를 통제했던 기재부의 시선은 이들과 다르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들은 앞으로의 거래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는데요. 이들이 걱정하는 분위기는 한 마디로 ‘선생님 떠난 교실’이 될까 하는 우려입니다.

그동안 거래소는 공공기관 해제를 숙원사업으로 여겨왔습니다. 그때마다 거래소의 발목을 잡았던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요. 먼저 자본시장을 움직이는 독점적 지위를 지녔고, 이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방만경영이 이어졌다는 게 원인이었습니다. 300여개 공공기관 가운데 복리후생비만 연간 1300여만원을 쓰는 곳은 거래소가 유일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따가운 시선이 이어졌고 거래소 스스로도 이를 문제점으로 인식했습니다.

결국 뼈아픈 자구책을 마련했고 이를 실천에 옮겼습니다.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방만경영과 관련해 재발 방지책을 내놨고, 이를 바탕으로 끊임없는 노력을 더했습니다. 마침내 지난해에서는 방만경영 중점관리기관에서 벗어나기도 했지요.

그동안 시끌벅적 떠들어댔던 교실은 선생님이 들어오면서 조용하고 착한 교실로 변했습니다. 교사가 머물러있는 동안 학생들은 숨죽이며 자세를 낮췄습니다. 학생들은 조용히 숨죽이며 선생님이 교실을 떠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교사는 조용해진 학생들에게 안심하며 마침내 자율학습권을 줬습니다. 그리고 교실을 떠나게 됐습니다. 자, 이제 학생들만 교실에 남았습니다. 이제 교실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앞으로 이 교실이 그리고 학생들이 어떻게 변할지 꼼꼼하게 지켜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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