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4편이나 탄생했다. 꿈의 흥행 기준 1000만 관객이 든 영화 편수다. 2004년 2월, ‘실미도’(1108만1000명)가 처음 1000만 관객을 넘을 때만 해도 ‘1000만’은 꿈의 숫자였다. 이후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1175만6735명), 2006년 ‘왕의 남자’(1230만2831명), 2006년 ‘괴물’(1301만9740명) 등 매해 1000만 영화가 배출됐고, 2012년에는 ‘도둑들’(1298만3341명)과 ‘광해, 왕이 된 남자’(1232만3408명) 등 두 편의 1000만 영화가 탄생하며 점차 대중성을 띠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명량’이 1761만3702명이라는 신기원을 세우며 2000만 관객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1월 현재 한국 영화는 이들 작품에 더해 ‘해운대’(1132만4433명), ‘7번방의 선물’(1281만1213명), ‘변호인’(1137만5954명), ‘국제시장’(1149만2427명, 23일 기준) 등 총 11개의 1000만 영화를 배출했다. 여기에 외화 ‘아바타’(1330만2637명)와 ‘겨울왕국’(1029만5483명), ‘인터스텔라’(1024만433명)를 포함하면 총 14개 작품이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셈이다.
1000만 영화 돌파의 조건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첫 번째 요소로 전 세대의 관객층을 사로잡을 수 있는 ‘소통’을 꼽고 있다. 윤성한 영화평론가는 “이제는 1000만 영화의 등장이 놀랍지 않은 시대이지만 외화까지 불과 14편에 불과하다. 영화 인구를 고려할 때 1000만 관객을 동원하기 위해서는 세대를 관통하는 공감 소재의 존재가 필수적이다”라고 밝혔다. 올해 첫 1000만 영화로 등극한 ‘국제시장’의 경우 이와 같은 논리를 입증한 사례다.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국제시장’은 40~60대 관객에게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아버지 세대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심어주며 공감대를 자아냈다.
두 번째 요소는 스케일과 재미를 바탕으로 한 ‘작품성’이다. 영화는 드라마, 예능 등 다른 분야와 달리 직접적인 소비가 동반된 문화 활동이다.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는 바로 시간과 돈을 투자할 수 있는 가치의 형성이다. 그 가치는 작품의 질적 영향력과 재미에 있다. ‘해운대’, ‘태극기 휘날리며’, ‘괴물’ 등은 모두 거액의 제작비와 인력이 투입된 영화이며 ‘아바타’, ‘인터스텔라’ 등 외화의 성공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김상호 영화평론가는 “할리우드 영화 중 블록버스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이유는 돈이 아깝지 않은 스케일에 있다. 대부분의 1000만 한국 영화들 역시 탄탄한 스토리와 큰 스케일을 담보로 한다. 재미가 있어야 관객이 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 번째 요소는 ‘메시지’다. 1700만명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명량’은 사회적 메시지를 통해 관객과 소통에 성공했다. 세월호 참사 등으로 심적인 후유증에 빠져 있던 국민들에게 전란을 극복한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제공하며 전 세대를 사로잡았다는 평이다. ‘명량’을 배급한 CJ엔터테인먼트 측은 “‘명량’의 성공은 영화적 구성과 스케일, 스토리 전개보다 임진왜란의 어려움 속에서 국난을 극복한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에 대한 갈구로 해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을 모티브로 한 ‘변호인’ 역시 ‘상식’을 요구하는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