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물가와 통화가치를 비교할 수 있는 지표 역할을 하던 ‘빅맥지수’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스티브 이스터브룩 신임 맥도날드 최고경영자(CEO)가 지역별, 연령대별 메뉴 개발로 패스트푸드 이미지를 쇄신할 것으로 보여 빅맥지수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맥도날드는 28일(현지시간) 돈 톰슨 CEO가 3월 1일 부로 퇴임하고 후임으로 스티브 이스터브룩 수석부사장 겸 최고브랜드책임자(CBO)가 온다고 발표했다.
맥도날드가 지금까지 거둬왔던 성공과 그 성공을 이끌었던 시스템이 톰슨 CEO에게는 족쇄가 됐다고 29일 블룸버그통신이 분석했다. 맥도날드는 세계 최대 레스토랑업체로 미국 전역에 1만4000개, 전 세계에 3만6000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맥도날드 임원들은 전 세계 어디에서든 같은 맛을 보장해주는 회사의 시스템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감자튀김을 어디에서 팔든 정확히 똑같은 시간에 조리되고 햄버거 패티 두께와 맛도 일정하다. 너무 많은 변화는 이런 시스템을 깰 수 있다는 우려에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항상 시스템을 유지하는 쪽이 이겼다. 이것이 바로 문제라고 통신은 꼬집었다. 맥도날드의 패스트푸드 시스템이 거대한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변화에 소극적이 됐다는 것이다.
톰슨은 지난 2년 6개월 동안 CEO로 있으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맥도날드가 간단한 치킨맥랩이라는 메뉴를 개발하는 데도 2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통신은 꼬집었다. 그 사이에 치폴레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자주 찾는다는 파이브가이즈, 웰빙 버거를 추구하는 셰이크쉑 등이 더 신선하고 건강해보이는 음식들로 젊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판매가 감소하면서 톰슨 CEO도 시스템에 변화를 꾀하려 했다. 그러나 그 변화는 너무 느리고 소비자들의 취향과도 거리가 먼 것이었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이에 이스터브룩 CEO 내정자가 전임자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다른 길을 갈 것임은 분명하다는 평가다. 그는 1980~2000년에 출생한 이른바 밀레니엄 세대에게 맥도날드가 다시 매력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핵심 고객이었던 젊은 층을 찾아와야 한다는 것. 이에 맥도날드가 빅맥에의 집착에서 벗어나 웰빙 메뉴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용어설명
빅맥지수란 맥도날드의 대표적 햄버거인 빅맥의 판매 가격을 기준으로 각국의 상대적 물가수준과 통화가치를 비교하는 지수를 말한다. 모든 나라에서 동일한 레시피로 만들기 때문에 어디서든 같은 가격이 되도록 조정해야 한다는 ‘구매력 패리티(PPP)’ 이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