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어닝시즌이 본격화한 가운데 대부분의 기업들이 달러 강세의 충격에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발표하고 있다. 프록터앤드갬블(P&G)과 화이자, 듀폰 등 해외시장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강달러에 따른 현지통화 가치 하락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주요 10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블룸버그달러스팟인덱스는 올 들어 4% 올랐다. 지난 26일은 1161.42로 2003년 9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같은 날 유로ㆍ달러 환율도 1.1098달러로 11년여 만에 최저치(달러 가치 최고치)를 경신했다.
세계 최대 소비재 업체인 P&G는 27일(현지시간) 지난 분기 순이익이 23억7000만 달러, 주당 82센트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4억3000만 달러 순익, 주당 1.18달러에서 급감한 것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201억6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4.4% 감소했다.
P&G는 “우리의 178년 역사상 가장 심각한 환율 충격을 받고 있다”며 “오는 6월 마감하는 이번 회계연도 매출이 5%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P&G는 이번 회계연도 환차손이 약 14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사는 해외시장이 전체 매출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어닝쇼크에 P&G 주가는 이날 3.5% 급락했다.
제약업체 화이자와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 화학업체 듀폰 등도 이날 강달러를 이유로 시장 기대를 밑도는 연간 실적 전망치를 내놓았다.
화이자는 올해 매출이 445억~465억 달러로, 지난해의 496억 달러에서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예상치는 476억 달러였다. 화이자는 환차손이 2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브리스톨마이어스도 전체 매출의 약 절반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며 올해 매출 전망치를 144억~150억 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시장 전망 156억 달러를 밑도는 것이다.
듀폰은 올해 주당 영업이익이 최대 4.20달러로, 전년 대비 4.7%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월가 전망 4.47달러를 밑도는 것이다. 듀폰은 강달러에 따른 순이익 감소분이 주당 60센트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S&P500지수 종목 가운데 지금까지 118개 기업이 실적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 75%는 시장 전망을 웃돌아 아직까지는 미국경제의 견실한 회복세가 기업 실적을 지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미 환율 직격탄을 맞은 P&G를 비롯해 많은 기업이 강달러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미국 내구재 주문이 예상밖 감소세를 기록한 것도 이런 불안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내구재 주문은 전월 대비 3.4% 감소해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며 시장 전망인 0.3% 증가도 벗어났다.
실적 불안에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지수가 1.7%, S&P지수가 1.3%, 나스닥이 1.9% 각각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