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는 오래전부터 수사당국에 통신자료를 제공해왔다. 모든 정권에서 도감청 문제는 늘 달고 다녔다. 최근에는 이 같은 일이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통계조사를 보면, 굳이 제공할 의무가 없는 주민번호와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등 통신자료를 당국에 관례적으로 순순히 내놓고 있고, 그 비율도 갈수록 늘고 있다. 심지어 국가정보원과 한 통신사가 지난해 워크숍까지 다녀왔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이 소문이 사실이든 아니든 우리나라 통신사가 가입자 프라이버시에 대해 어떤 인식을 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통신사는 도감청 이슈의 최전방에 있다. 하지만 황창규 KT 회장은 26일 기자회견에서 ‘투명성 리포트’를 낼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러한 리포트를 아직 못봤다며 즉답을 피했다. 지난해 정국을 뒤흔든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가 ‘카카오톡 검열’인데 설마 몰랐겠느냐마는, 어떻게든 꼭꼭 숨기고 싶어하는 이슈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만물인터넷, 클라우드, 무선통신 등 ICT 트렌드를 아우르는 핵심은 ‘오픈’이다. 모든 정보가 열린 상태로 움직이다 보니 자신의 정보를 자신이 다룰 수 없게 됐다. 소비자는 나의 정보가 보호된다는 신뢰가 없는 기업을 결코 이용하지 않는다. 카톡검열 사태 당시 카톡 가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빠져 나간 것이 통신사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