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고 있다. 정 부회장과 동생 정유경 부사장이 부친으로부터 지분을 물려받은 다음해 3400억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신세계주식으로 현물 납부한 것.
이는 최근 10년 새 재벌그룹 오너 일가 중 가장 많은 납부액이다.
27일 재벌닷컴이 2006년 1월 1일 이후 주식 상속과 증여 내역을 신고한 상장사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1989명을 조사한 결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유경 부사장 남매가 지난 2006년 9월 부친으로부터 6800억원 규모의 신세계 주식 147만여주를 증여받았다.
정 부회장 남매가 주식을 증여받을 당시 신세계의 평균 주가(증여 시점 전후 2개월 평균가격) 39만원선으로 계산한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부사장의 주식 증여액은 각각 3900억원, 2900억원이었다.
정 부회장과 정유경 부사장은 이듬해인 2007년 3월 증여세 명목으로 각각 신세계 주식 37만7000여주와 28만5000여주를 국세청에 냈다. 이들이 낸 증여세는 모두 3400억원대로 추산된다.
신세계 오너 일가는 그동안 ‘떳떳한 경영승계’를 하겠다는 공언해왔다. 지난 2006년에는 정 부회장이 직접 “증여세 납부를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상류층의 도덕적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광모 LG 상무도 작년 12월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보유하던 1220억원대의 LG 주식 190만주를 증여받아 정 부회장과 정 부사장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구 상무는 수백억원대 규모의 증여세를 주식으로 물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7년 장상돈 회장으로부터 회사 주식 1078억원어치를 증여받은 장세홍 KISCO홀딩스 사장은 증여세로 이듬해 KISCO홀딩스 주식 62만여주를 국세청에 물납했으며 같은해 부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으로부터 1011억원어치의 한화 주식을 증여받은 김동관 한화 상무도 한화 주식 67만여주를 세금으로 냈다. 이들이 낸 주식 가치는 500억원대에 이른다.
최근 ‘땅콩회황’ 논란에 휩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원태 부사장, 조현민 전무 등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삼남매는 2013년 모두 770억원대의대한항공 주식을 받았다. 개인별로는 70만4000주(258억원)씩이었다.
조현아 전 부사장 등 삼남매는 주식 수증에 따른 증여세 납부를 위해 한진칼주식 42만여주씩을 국세청에 담보로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