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이 23일(현지시간) 사망했지만 중동의 정세에는 당장 큰 변화는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압둘라 국왕이 90세의 고령으로 수년간 입원치료를 반복하면서 왕위승계가 어느 정도 예견됐었고 이복동생인 살만 신임 국왕이 선왕의 기조를 따르는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날 주요 외신들은 살만 신임 국왕이 왕세제 시절 부총리 겸 국방장관을 지내며 압둘라 국왕의 통치를 보좌했고 앞으로도 대미관계를 포함해 사우디의 주요 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신임 국왕 역시 왕정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내부적으로 여성 권익 신장과 경제적 규제 완화 등 개혁조치를 취해 온 압둘라 국왕의 통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50년 넘게 리야드 주지사를 지낸 살만 국왕은 종파와 부족 간 이해를 조정하는 것은 물론 서구와의 우호적 관계 유지를 통해 사우디의 이해를 관철하는 것에도 능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왕가 소유 방송사의 자말 카쇼기 회장은 “살만 국왕이 압둘라 국왕의 개혁조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계승할 것이나 그는 현재 상황을 존중하는 인물이고 보수파의 입장에 가치를 두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유가의 급속한 하락과 같은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의 득세 등 최근 사우디가 처한 위기 상황을 돌파해야 하는 것이 살만 국왕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또 오랫동안 대결구도를 이어온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핵협상을 두고 미국과 관계가 소원해진 것 역시 숙제로 남았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예민한 시점에 압둘라 국왕이 세상을 떠나 사우디를 혼란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유가 하락, IS 득세, 이란과의 대결 등의 현안에 신임 국왕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